미국 9·11테러 조사위원회가 발간한 '9·11 보고서'가 미국 내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 10 달러의 종이보급판인 '9·11 보고서'는 23일 발간된 지 반나절 만에 서점판매량 15만 부를 넘어섰고 인터넷을 통해 50만 권의 선 주문이 쇄도, 온라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588쪽 분량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미 국민들이 앞 다퉈 이 책을 구입하는 이유는 미국 지도층의 오판과 실수, 풀리지 않는 테러의 실체, 희생자들의 애절한 마지막 순간 등 픽션을 능가하는 흥미진진한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새롭게 드러난 진실 최근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보좌관을 사임한 샌디 버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을 4차례나 생포 혹은 사살하자는 계획을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빈 라덴 생포계획이 처음 제기된 때는 1998년 5월. 조지 테넷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버거에게 빈 라덴 생포계획을 제시했으나 버거는 결정적 증거가 빈약해, 미국 송환 시 빈 라덴이 무죄로 풀려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99년 6월에도 버거는 빈 라덴 체포계획이 실패해 오히려 테러 반격을 받거나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 빈 라덴 생포·사살 계획을 거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거짓과 오해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98년 자신을 탄핵위기로 몰고 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희석시키기 위해 알 카에다 공격을 명령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었다. 위원회는 "클린턴의 공격결정은 순수하게 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클린턴은 98년 아프가니스탄 내 알 카에다 훈련소 등에 대한 공격명령을 내렸으나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공격을 결정했다는 비난여론에 몰려야 했다.
9·11테러 직후 부시 행정부가 빈 라덴의 일가 친척들을 수사 하지 않은 채 특별 전세기로 출국시켰다는 영화 '화씨 9/11'의 주장 역시 픽션인 것으로 확인됐다. 9·11 직후 출국한 22명의 빈 라덴 일가는 연방수사국(FBI)의 철저한 조사를 받고 테러와는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출국이 허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화씨 9/11'은 빈 라덴 일가를 태운 비행기가 민간항공기 취항 금지해제 전 정치적 의도에 의해 출국이 허용된 것처럼 묘사해 부시와 빈 라덴 일가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음을 암시, 부시를 곤혹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순간들 "납치범들이 비행기를 건물에 충돌 시키려 해요. 충돌은 순식간의 일일 테니 걱정마세요. 아, 하나님!" "스튜어디스 한 명이 칼에 찔렸어요…승객들이 괴로워해요… 추락할 것 같아요!"
피랍 여객기에 탑승했던 희생자들의 미공개 휴대전화 대화록도 공개되면서 참사의 슬픔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비행기가 두 번째로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기 직전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아버지를 도리어 위로한 희생자의 유언, 또 다른 피랍기 유나이티드 에어 93편에서 승객과 납치범간의 격렬한 몸싸움을 알려주는 음성기록 등은 알려지지 않았던 긴박한 상황을 재연해주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알 카에다의 자금 출처가 어디인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항공기 납치범들과 알 카에다는 9·11 테러에 40만∼50만 달러를 사용했고 미국에서만 27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3년에 걸친 위원회의 조사에서도 납치범들의 돈줄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다는 증거도 희박하다. 빈 라덴이 거부인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았지만 소문만큼 재산이 없었다는 것이 위원회의 결론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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