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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나]<28>우에 이치로 요미우리 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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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나]<28>우에 이치로 요미우리 신문 기자

입력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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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뭔가 두 신문이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1999년 여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 어느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공동기획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전해 3년간 서울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내게 요미우리측의 기획이 맡겨졌다.

그저 축구경기 대회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말 그대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쌓아올리는 커다란 찬스가 될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한관계를 전망해보자. 양국의 오피니언 리더에 의한 연속좌담회는 어떨까. 방향이 정해지면 도쿄와 서울, 양사의 편집국이 호흡을 맞추어 준비는 잘될 것이다.

타이틀을 '일한 이해에의 길'로 하고 일본은 철학자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 일본펜클럽회장, 한국은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 장관으로 좌장이 결정됐다.

제1회는 준비 개시로부터 불과 3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앙금을 가르는 바다에 떠있는 쓰시마(對馬)에서 '조선통신사의 길과 선각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를 주제로 임진왜란 후 양국에 의한 평화노력을 검증했다. 그 뒤 2002년 5월 월드컵 개회 직전까지 반년에 한번씩 강화도, 아스카(飛鳥), 경주, 하코네(箱根), 서울 등 두 나라 관계의 인연 깊은 장소를 교대로 옮겨 다니며 좌담회가 이어졌다.

근대 초입에 일본의 조선식민지지배라는 긴 어둠의 역사를 열었던 강화도사건을 다룬 제2회에서는 주장이 정면으로 대립했다. "모처럼의 우호 무드에 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었으나 두 좌장의 총괄 덕분에 "과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에 의해 역사문제는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실증했다.

좌담회는 두 신문에 동시게재됐고 속내를 드러내는 격론이 매회 커다란 반향을 불렀다. 문화교류를 다룬 하코네 좌담회에선 "식문화 이해, 영화·가요의 교류에서 시작해 더욱 높은 수준의 상호이해가 시작된다"는 좌담 참가자의 발언이 있었다. 일본에서 지금 한국영화, 드라마 붐에서 비롯된 한국에의 큰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예언했던 것이다.

실은 이 좌담회는 겉으로 나타난 교류효과와는 별도로 더 많은 유산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 사이에 남겼다. 전화, 이메일을 통해 주제로부터 좌담회장, 비행기표 준비까지 고생한 양사 기자가 반년에 한번씩 만나 술을 마셨다. 일한관계에선 문제가 생겼을 때 기자가 어떻게 쓰느냐가 독자(국민)의 뉴스 판단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반일' '혐한'의 고정관념에 빠지기 쉬운 양국 기자가 밤을 새워 속을 터놓고 이야기한 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자의 재산이다.

돌이켜보면 내게 한국어를 가르쳐 준 것은 한국일보다. 니가타(新潟)지국에 근무하던 1985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어를 배우고야 말겠다"고 뜻을 세운 나는 한국일보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민주화운동 소식부터 사회면의 살인사건까지 하루 한건을 정해 사전과 씨름하며 암호와도 같던 한국어 기사를 '해독'했던 나날들이 내가 평생작업으로 삼고 있는 한국과 연을 맺은 원점이다.

1995년부터 98년까지의 서울특파원 시대에 한국사회와 한국정치를 가르쳐준 것도 제휴사 한국일보다. "우에상, 한잔 하러 갑시다." 매일 해가 저물면 한국일보 7층의 요미우리 지국을 찾아 나를 불러내준 마음 좋은 기자들이 내게 가르쳐주었던 것이 결코 한국식 음주법만이 아니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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