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열억제를 위한 중국정부의 긴축기조에 완화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중국의 고위당국자들도 거시정책 방향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1면 톱기사에서 중국정부가 긴축조치들이 과도하다는 기업과 학계의 불만을 수용, 각종 규제조치를 풀어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관영언론과 인터뷰에서 "당국은 기업의 투자결정에 덜 간섭하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도 "기업 스스로 이익과 위험도에 따라 투자를 결정할 수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들은 중국 정부가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기준을 완화하고, 은행 역시 금융지원을 늘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사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건설 등 '5대 과열산업'에 대한 중국당국의 고단위 긴축규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1·4분기 43%에 달했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은 올 상반기 전체 28.7%로 낮아졌고, 2월 23.2%였던 산업생산 증가율도 6월엔 16.2%로 내려갔다. 2·4분기 경제성장률도 1·4분기보다 낮은 9.6%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당국의 '완화적 발언'들이 다시 과열체제로 복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재고누적이 심각해지고, 부동산경기급랭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긴축은 경착륙을 촉발시킬 수 있어 '긴축기조의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중국정부가 간섭을 줄이고 기업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자율에 의한 경기조절능력'을 배가하려는 의미로 평가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후앙 이코노미스트는 "과열업종들은 오히려 정부간섭이 컸던 업종들"이라며 "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과열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정부의 정책기조 변화가 우리나라 수출과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속단키는 어렵다. 어차피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한 만큼, 중국수요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수출호황도 하반기이후 속도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수출도 연착륙할 것이고, 중국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수출, 나아가 한국경제도 경착륙이 우려된다.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한국경제를 판단할 때 유가가 미국금리인상 보다 중국변수를 훨씬 비중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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