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이 사형제 폐지 특별법을 추진키로 하고 현행법에 없는 종신형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15대, 16대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 여당이 추진한다니 사형제 폐지는 이제 결정을 눈앞에 둘 정도로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뜻밖에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해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죄는 미워도 사람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기 때문에 유영철도 형이 확정되어 교화위원의 따뜻한 사랑의 품에 안기게 될 때 새롭게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03년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에 의하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76개국, 전시범을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이 15개국, 10여 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 21개국으로 폐지국이 모두 112개국이다. 사형제를 존치한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 등 83개국에 이르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 매년 평균 세 나라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했으며, 1990년 이래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35개국을 초과했다. 이렇게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며 사형제를 고집할 수 있는가? 사형 폐지는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물결의 흐름이기 때문에 누구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법 이론 및 보복적 감정의 끝없는 논쟁에서 벗어나 세계 문명사회의 흐름을 직시하고 상생생명운동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가 사형 폐지 운동에 앞장서게 된 것도 구치소 사형집행장에서 "돈 없어 변호사 선임 못하여 죽습니다" 하고 죽어 가는 사형수의 한을 생각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상생생명운동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에서였다. 필자는 사형장에서 오판으로 억울하게 죽는다는 사형수를 많이 보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을 당하면서 "억울합니다 "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라고 부르짖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죄지은 자식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았다. 자식이 처형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사형수의 어머니가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네가 무슨 죄가 있느냐. 네 어미 죄다, 가난한 죄다, 못 가르친 죄다, 친구 잘못 만난 죄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라고 원통하게 울부짖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어떤 사형수는 "나는 억울합니다. 우발적 살인이지 계획살인이 아닙니다. 돈 없어 변호사 선임 못해 내가 계획살인자가 되어 죽습니다"라며 한을 품고 죽어가기도 했다. 경찰관이었던 한 사형수는 "오판한 판사와 위증자의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 드리고 형을 받기도 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지존파도 모두 참회하고 하나님을 믿고 마지막 용서를 빌며 장기를 기증하고 최후를 맞이했다.
인간은 누구도 교화될 수 있으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까지도 교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국민정서를 주장하며 사형제 폐지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국을 보면 국민여론보다는 집권자의 의지로 입법을 통해서 또는 헌법재판을 통해서 폐지한 경우가 많다. 1981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때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후보는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후 대통령에 취임한 뒤 첫 국회에서 사형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 유럽의 마지막 사형폐지국이 되었다.
이번에도 집권 여당의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사형제 폐지 시기는 무르익었다. 종신형제로 입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장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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