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회관을 가난한 예술가들의 터전으로.”(오아시스 프로젝트)“남의 사유 재산을 무단 점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공사중단으로 5년째 방치중인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을 예술인들이 점거,작업ㆍ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영상ㆍ설치작가 김윤환(39), 김연숙(34)씨가 주도하는 점거예술그룹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스콰트’(Squatㆍ점거 아틀리에). 오아시스프로젝트가 계획한 입주예정일은 8월15일. 이달 말까지 입주신청을 받는데, 지금까지 미술, 문학, 음악, 공연 등 각 분야의 20~40대 예술인 350여명이 신청했고 지난 17일에는 모델하우스 방문행사 격으로 예술인회관에서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스콰트는 비어있는 건물에 들어가 살며 예술활동을 펼치는 문화운동. 프랑스 파리에서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로베르의 집’을 비롯해 20여 개의 스콰트가 자리잡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하나의 대안문화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4월 개관을 앞둔 홍대 앞 갤러리 에스파스다빈치에 젊은 작가 12명이 입주해 스콰트전을 벌였다.
국내에서는 예술그룹 ‘미친’이 섭외한 작가 30명이 올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옛 방위산업체 재건축 사옥을 3달간 점거하는 등 시도는 있었으나, 본격화하기는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예술인회관이 처음.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공사도 끝나지 않은 목동예술인회관에 집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예술인회관은 예술인을 위한 개별작업시설과 편의시설 확보를 명분으로 예총이 약 220억원의 정부지원을 받아 짓고 있는 지하 5층 지상 20층짜리 건물.
그러나 시공사 선정문제로 잡음이 일었고, 게다가 시공사 부도로 외관만 완성된 상태에서 99년 내부공사가 중단됐으며, 예총은 공사비 충당을 위해 임대공간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예술인회관 입주 프로그램은 예술가의 작업공간 확보라는 취지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실은 임대 위주로 운영될 예정인 예술인회관을 ‘예술가들의 자율적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살리자’는 문제제기적 성격이 짙다.
김윤환씨는 “예술인회관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진짜 주체여야 할 예술인은 소외되고 예총회관으로 그 성격이 변질될 것”이라며 “정부의 비효율적인 예술지원정책이 탄생시킨 공간과 예술의 죽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온 김씨는 경제 형편상 작업실을 구하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스콰트에 입주했던 경험을 살려 예술인회관 입주 프로그램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예술인회관의 집주인인 예총은 “8월중 시공업체를 재선정하겠다”며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예술인회관 스콰트를 내버려두지 않을 태세. 예총은 사기분양, 무단침입 등으로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입주예정일을 앞두고 양측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예총 건립사업본부 추승영 공사감독은 “스콰트는 재건축이나 개축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비우게 된 건물을 점거,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전기, 상수도, 배관시설도 없이 안전사고 위험이 많은 미준공 건물을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기만적”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