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산업안전보건강조기간을 맞이하였다. 여름철은 안전과 보건이 특히 강조되는 때이다. 태풍과 가뭄 등 자연 재해가 닥쳐오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개인이나 산업 현장에서 긴장이 이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안전과 보건은 항상 강조되어야 할 인간 가치의 최고선이다. 행복은 안전과 보건에 의해 담보된다. 선진국을 평가하는 척도로 ESH(환경·안전·보건)가 강조되곤 한다. ESH를 소홀히 하면서 외형적 풍요와 성장만을 드높이고 추구하는 국가와 사회는 천박한 졸부 국가로 취급된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는 빛과 그늘이 동시에 드리워져 있다. 조국 근대화의 역군들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직 불굴의 의지와 희생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다. 이들의 희생과 숭고한 의지는 신화로 남아 있지만, 이제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IMF외환위기를 통해 우리는 균형적 발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교훈으로 뼈에 새겨야 했다. '어디로' 가는가와 함께 '왜' '어떻게' 가는가도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안전과 보건, 더불어 사는 환경이 행복의 조건이며 바로 웰빙의 기초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안전과 보건 환경은 시기상조적인 사치로 다시 유보되고 있다. 기업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되고 안전은 다시 사각지대에 감금되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산업재해 사망률은 더 이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ESH를 규준화하여 각종 무역 규제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ESH 보장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며 국가 신인도의 척도가 되고 있다. 성장과 안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병행되어야 할 가치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성장은 사상누각이다. 매년 우리나라가 산업재해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 사회적 손실비용이 무려 10조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73만여 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했고, 2만 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안전 보건 관리체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안전관리 제도 및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삶의 영역에서 근원적인 안전망을 확보해야만 한다. 선진국들이 세계시장에서 자국민의 안전과 보건 및 환경을 담보로 쳐놓은 장벽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에 대한 국제수준의 패러다임을 갖추어야 한다.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것은 개인의 인권과 복지·삶의 안전이 사회적 가치로 보장 받는 것을 말한다. ESH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인간의 가치이며 국가의 존재 근거이자 발전의 기초다.
유재환 대원과학대 학장 한국안전학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