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벌써부터 여름날 걱정이 앞선다. 다양한 피서법이 있겠지만 좀더 색다른 여름나기는 없을까.충북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로 향한다. 물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광천수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광천수는 미네랄을 비롯한 다양한 광물이 함유된 용천수. 지하에서 솟는 물이지만 평균 온도가 14~16도에 불과하다.
온천과 정반대인 셈이다. 전국 곳곳에 온천이 널렸지만 냉천욕(冷泉浴)이 가능한 곳은 초정리가 유일하다. 이 곳의 냉천욕은 특히 무더운 복날이나 백중 때에는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수도권에서 간다면 중부고속도로를 이용, 증평IC에서 빠져 나와 북이면을 거쳐 내수읍까지 간 뒤, 511번 지방도를 지나 초정리에 도착한다. 초정리의 옛 지명은 초수(椒水)였다. 초는 산초나무를 의미한다.
추어탕의 맛을 낼 때 들어가는 향신료의 일종으로, 탁 쏘는듯한 매운 맛이 일품이다. 물에서 발생하는 탄산기포의 얼얼한 맛이 산초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지명이 생겼다.
● 광천수가 피부에 '톡톡톡' - 목욕 후에도 '얼얼얼'
물맛은 그렇다 치고 광천욕의 느낌은 어떨까. 현재 초정리 일대에서 광천탕을 운영하는 업소는 10여개. 이중 규모나 수질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초정약수스파텔을 찾았다.
한꺼번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욕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온천수를 받아놓는 대형욕장에 광천수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온천과 겉보기에는 다를 바가 없다. 광천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목욕순서가 조금 다른 것이 특징.
우선 더운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10~15분간 온탕욕으로 몸을 데운다. 건식 혹은 습식사우나에 5분 정도 들어가서 땀구멍이 확대시킨 뒤, 더운 물로 땀을 씻어낸 다음 본격적인 광천탕을 이용한다. 커진 모공속으로 다양한 미네랄성분이 침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첫 느낌은 일반 목욕탕의 냉탕과 비슷하다. 10초 가량 지나니 몸 구석구석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광천수에 함유된 탄산기포가 터지면서 피부를 자극해서다. 민감한 부분은 따끔거리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처음 광천을 이용하는 사람은 1분을 견디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을 견디면 몸이 오히려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한 모금 들이키니 톡 쏘는 탄산특유의 맛이 알싸하다. 설탕 빠진 청량음료의 맛이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도 한동안 얼얼한 느낌이 이어진다.
30년간 광천욕을 즐겼다는 이상준(68ㆍ충북 청원군 증평읍)씨는 “부스럼, 땀띠 등 가벼운 피부질환은 냉천욕 한번이면 모두 낫는다”며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방법으로 광천욕만한 게 없다”고 자랑했다.
청원군이 관리운영하는 초정약수스파텔에는 60개의 객실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가 있다. 일반실 9만9,000원, 스위트룸 22만원. 평일에는 30% 가량 할인된다. (043)210-9900. www.spatel.co.kr. 이밖에 초정약수원탕(043-213-6060), 초정천지탕(213-4004) 등에서도 광천욕을 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4,500원, 어린이 3,500원으로 동일하다.
국내 최고 클레이사격장에서 '탕탕탕'
이왕 나선 길 광천욕만 즐기고 가기에는 아쉽다. 멀지 않은 거리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널려있다.
10㎞ 이내 거리에 고 김기창 화백의 생가 운보의 집(043-213-0570)과 의암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251-3226)가 있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클레이사격장을 갖춘 청원종합사격장(213-7041)은 레포츠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이다.
인근 미원군에는 청원군의 비경 옥화9경이 도로를 따라 펼쳐지며, 대청댐 내의 문의문화재단지와 청남대도 멀지 않다. 청원군청 문화공보과 (043)251-3229.
/초정(청원)=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어떻게 좋은가
초정리의 탄산수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560년전 ‘동국여지승람’에서다.
세종대왕이 1444년(세종 26년) 초수에 행궁을 짓고, 3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117일간 머무르며 광천욕을 즐겼다고 한다. 이수봉의 ‘지봉유설’에는 전국의 수많은 초수 중 광주(廣州)와 청주의 물이 가장 유명하다고 기록돼있다.
세종대왕이 즐겼다는 광천 원수(原水)가 있는 초정영천에서는 지금도 매일 30톤 분량의 물이 솟아나고 있다. 이 물은 국내 유명 음료회사에서 가공과정을 거쳐, 생수 혹은 음료수로 시판하고 있다.
초정리 광천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샤스타 광천, 영국의 나포리나스 광천과 함께 세계광천학회에서 인정한 세계 3대 광천수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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