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란 시대적 요청을 수용한 결과이다. 법원 내부적으론 서열과 기수에서 벗어난 파격 인사라는 의미도 크다. 다만 대법원이 밝힌 다양화의 의미가 개혁성이 아닌 '여성과 나이'에 국한됐다는 지적도 있다.김 부장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자, 1988년 김용준 대법관 이래 16년만에 40대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까지 114명의 대법관 중 여성은 한명도 없었으며, 40대 대법관은 24명에 불과해 대법원이 남성 중심의 보수 일색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대법관 구성이 보다 젊어지고 다양해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그러나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외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법원내부의 동요를 막는 점진적 변화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김 부장판사의 사법시험 기수가 가장 최근 임명된 대법관보다도 9회나 아래지만, 여성에 대한 예외라는 점에서 조직 안정에는 최소의 영향을 미치는 양수겸장의 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대법원장의 밀실인사나, 서열과 기수에 따른 승진차원의 제청에서 벗어난 전향적인 인사"라며 평가했듯이 이번 인사로 사법부 개혁은 이미 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법대 3학년 때 사시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합리적 성격으로, 법정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경청한 뒤 결론을 내 판결의 설득력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학 선배이자 사시 수석을 한 강지원 전 청소년호위원장(변호사)과 결혼할 때는 첫 검사―판사 부부라 해서 방송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족법과 조세법에 능통하고, 최근까지 남녀차별개선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의 피고인들이 국정원의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인정하고, 침수피해를 입은 경기 시흥시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가 택지조성공사를 하면서 배수처리시설을 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반영한 판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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