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미너 음식의 대명사로 꼽히면서도 코를 찌르는 강렬한 냄새와 매운 맛 때문에 때때로 ‘천덕꾸러기’ 로 취급받았던 마늘. 그 마늘이 양념이나 향신료 수준을 넘어 메인 메뉴로 화려하게 변신한다.마늘을 요리의 주제로 내세운 ‘갈릭(마늘) 레스토랑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마늘을 얹은 갈릭스테이크, 마늘향이 그윽하게 어우러진 크림소스 파스타, 얇게 썬 마늘 조각이 듬북 얹혀진 마늘볶음밥…. 갈릭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음식에서는 마늘이 더 이상 양념이나 곁반찬 수준이 아니다.
국내 갈릭&와인 레스토랑의 효시격인 매드포갈릭을 비롯, 클로브 등 갈릭 레스토랑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마늘 요리는 하나의 음식 트렌드로 자리잡을 태세다. 마늘 전문 한식당이 최근 문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에 마늘 향이 진동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갈릭 레스토랑들의 한결 같은 특징은 마늘의 강한 향과 독한 맛을 줄여 식탁에 올린다는 것. 거부감 없이 마늘의 향과 맛, 영양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 통마늘 요리
통마늘을 올리브유에 튀기면 말캉말캉해진다. 한 입 넣어 깨물어 보면 보드랍게 감기는 것이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향은 살아 있다.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고 부드러운 마늘 냄새가 풍겨난다.
갈릭스테이크에는 통마늘이 듬뿍 들어간다. 고기 주변에 마늘이 20여개는 될 듯. 하지만 ‘이 많은 마늘을 어떻게 다 먹지’라고 걱정하기도 전에 대부분 다 먹어 치우기 일쑤다.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향 때문에 가능한 일. 담백한 고기 맛과 어우러져 매운 맛이 전혀 부담이 없다. 스테이크에도 생마늘이 들어간 소스가 뿌려진다. 데리야키 포크립과 마늘감자샐러드도 통마늘이 가득 들어가는 요리.
갈릭 라이스에도 통마늘이 사용된다. 밥에 튀긴 통마늘을 넣고 함께 볶아 만든다. 그것도 부족해 밥을 지을 때도 생마늘을 갈아 넣는다. 마늘 향이 밥알 사이에 은은히 배어 있다.
통마늘을 튀기지 않고 구운 뒤 드레싱이나 소스에 넣고 갈아 주면 갈릭 드레싱이나 소스가 만들어진다. 파스타나 샐러드, 스테이크에 뿌려 먹으면 음식의 맛이 더 살아난다.
■ 마늘 슬라이스
마늘을 얇게 썰어 튀겨 내면 고소해진다. 먹어 보면 바삭바삭 씹히는 것이 크래커 같으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느껴진다. 얇게 썰어서인지 가니쉬(garnish)처럼 음식을 장식해 주는 역할도 한다.
볶음밥에 문어와 오징어 등을 넣고 볶아 마늘 슬라이스를 올려 주면 맛과 향이 ‘죽여 준다’. 그래서 이름도 ‘수어사이드 라이스’다. 통마늘보다 마늘 맛이 더 자극적이다.
파스타에도 마늘 슬라이스가 들어간다. 더 매워지지만 깔끔한 맛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 마늘이 가니쉬로 얹혀진 갈라피뇨 파스타는 파스타 치고는 매운 편이다.
■ 다진 마늘 요리
다진 마늘은 훌륭한 토핑 재료다. 향이 지나치지 않고 음식에 자연스럽게 묻히는 것이 장점. 마늘향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맵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매드포갈릭 피자에는 토핑으로 다진 마늘이 얹혀진다. 여기에 피망과 멕시코고추, 양파 등도 더해져 매운 맛을 더해준다. 불고기나 살리미가 얹혀진 피자를 생각하면 오산.
다진 마늘은 마늘앤초비드레싱 해산물샐러드과 블랙빈소스 마늘닭구이볶음밥에도 들어가 장식 역할을 해준다.
■ 생마늘 요리
보통 마늘빵은 갈릭 버터를 살짝 발라 오븐에 구워낸다. 그런데 갈릭브레드타워는 빵의 속을 파낸 뒤 안에 생마늘을 갈아 넣었다. 빵에 마늘을 넣고 구워내니 당연히 보통 마늘빵 보다 향이 강하다. 갈은 생마늘은 스테이크나 볶음밥 소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 한식 마늘요리
냉면이나 칼국수 우동 소면의 면발에도 마늘 성분이 들어간다. 그래서 메뉴 이름도 마늘냉면, 마늘 칼국수 등이다. 마늘이 들어가선지 소화가 잘 된다고. 마늘 액기스를 뽑아 삼겹살에 재워 숙성시켜 놓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돼지고기에서 나는 잡냄새도 사라진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소문난 마늘 요리집
● 매드포갈릭 (02)722-4580 광화문점, 546-8117 압구정점, 783-5296 여의도점
마늘을 이용한 40여 가지 이탈리아식 메뉴와 마늘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100여가지를 맛볼 수 있는 곳. 딱딱할 것 같은 통마늘이 마치 버터처럼 빵에 사르르 녹아 내리는 드라큘라 킬러 등 독특한 마늘 조리법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압구정점 서유택 조리장 등이 마늘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개발한 조리 과정을 거친 마늘만을 사용한다.
● 클로브 (02)514-9532 청담동 씨네시티 뒷골목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마늘 요리를 내놓는다. 올 초 문을 열었다. 클로브는 마늘의 한쪽을 뜻하며 마늘의 쪽을 셀 때만 쓰이는 단어다. 마늘 마니아들이 주 고객이지만 마늘을 잘 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에 바질소스를 첨가, 특유의 매운맛과 냄새를 없앴다.
아늑한 분위기의 만찬을 위한 동양식 다다미방과 서양식 룸, 야외 테리스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흥국생명 부사장 출신인 주인 이백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 마늘나라 (02)584-8008 사당점, (032)326-3501 부천점
마늘 성분이 함유(14~20%)된 냉면, 칼국수, 우동, 소면 등과 마늘 숙성 생삼겹살 등을 내놓는다. 마늘을 공기 중에 오래 놔두면 약간 노란 색을 띠게 되는 것처럼 마늘 액기스에 숙성시킨 이 집 삼겹살도 마늘처럼 노란 빛을 띤다.
음료수도 마늘 액기스로 만든 차를 준다. 경남 창녕의 마늘 제품 개발사인 깨끗한나라가 운영한다.
● 마늘의 영양학
지난 해 사스 파동때 건강식품으로 크게 주목받은 마늘은 야채 중에서 콩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식품이다. 또 피로를 막아주는 비타민 B1 성분이 풍부해 동서고금을 통해 피로회복과 체력향상에 특효가 있는 스태미너 식품으로 꼽혀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쌓을 때 인부들에게 마늘을 먹게 했다고 전해진다. 혈관의 신진대사를 좋게 하고 끈끈해진 혈액을 깨끗하게 해줘 심장과 뇌혈관 질환을 예방해 주고 강력한 항암 성분을 지닌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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