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로구나…’세상의 많은 부모가 커 가는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상에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긴다.
부모의 걱정 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은 이때부터 시작한다. 아이가 내 품에 있던 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부모님 품에 안겨있던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와 나 또는 나와 부모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지 않을까.
촉망 받는 젊은 여성작가 이빈의 ‘안녕?!자두야!!’는 아이가 학교라는 바깥 세계를 향해 첫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무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부제를 붙인다면 ‘엄마 어렸을 적에’라고 하고 싶은데, 작가의 어린 시절 즉 1970년대의 추억을 씨앗 삼아 맛깔스럽게 살을 붙인 작품이다.
짠순이 엄마와 공처가 아빠를 딴에는 어른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귀여운 주인공 자두이지만, 아직도 자기를 철부지로 여기는 부모님이 불만일 때가 많다. 오히려 긴 장발머리를 휘날리며 약간은 불량스럽게 통기타를 퉁기는 동네 오빠를 보며 이미 자기는 충분히 사랑을 느낄 나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동생 뒤치다꺼리에 권태로움을 한탄하기도 한다.
이렇게 웃자란 속내를 가진 자두에게도 밀린 ‘일일공부’와 갖고 싶은 ‘스카이 콩콩’, 엄마 지갑을 뒤져 몰래 사먹은 눈깔사탕과 냄새 나는 ‘푸세식’ 변소 등은, 천진한 아이라면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는 그 또래만의 고민이고 애환이다. 이런 ‘아이들 세상’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자두의 이야기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이즈음의 부모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이거나 돌이켜보면 늘 하늘같은 크기였던 부모님의 사랑을 추억하게 만드는 자리가 된다.
여름 방학이다. 이 방학을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다 가까워지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일은 어른들이 지나 온 시간과 이제부터 아이들이 걸어갈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하면 좋지 않을까. 일일공부가 탐구학습으로, 스카이콩콩이 탑블레이드로, 눈깔사탕이 피자나 햄버거로 바뀌었을 뿐이니까.
“속으로 뜨끔하셨죠? 여러분 얘기 같아서요”라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 작품은 사실 어른들을 위한 만화이다. 여름 햇볕을 아이들과 함께 맞으며 자두가 질투할 만큼 즐거운 추억을 소중한 우리 아이들과 만들어 보시길!
“영원히 다시 찾을 수 없는…,하늘하늘한 얇은 연분홍색 꽃잎이 날리던 그 아름다운 나무의 이름은…,‘나의 어린 시절’이었다….” (‘얀녕?! 자두야!!’ 중에서)
박군/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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