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형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혈액이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직원 등의 실수로 음성판정을 받아 수혈용이나 의약품 원료로 유통된 경우가 지난 10년간 685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진단검사의학회와 공동으로 한적의 혈액검사실태를 조사한 결과,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에이즈 47건, B형 간염 701건, C형 간염 457건 등 모두 1,205건의 혈액검사에서 입력오류, 양성판정 기준 잘못 설정, 헌혈자 뒤바뀜 등으로 양성혈액을 음성판정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이 혈액 가운데 205건이 수혈용으로 전국 의료기관에 공급됐으며, 480건은 혈장분획제제 원료용으로 제약회사 등에 들어갔다. 나머지는 기간 경과 등 이유로 혈액원이 자체 폐기했다.
복지부는 혈장분획제제로 공급된 혈액의 경우 가공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모두 파괴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으나 수혈용 혈액은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 혈액을 사용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최근 추적조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205건의 수혈용 공급 혈액 가운데 에이즈 양성혈액이 2건 포함돼 있어 우선적으로 조사한 결과, 1명의 헌혈자가 1996년 8월 헌혈한 혈액으로 97년 2월 다시 헌혈할 때 음성으로 최종 확인돼 이로 인한 에이즈 오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B·C형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나머지 혈액 203건은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결과가 나와 봐야 감염자수를 파악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병태 복지부 보건정책국장은 "지금까지 혈액 안전사고는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있어 검사장비가 이를 판독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혈액검사 과정에 운영 부실 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혈 감염자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혈액검사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직원 및 책임자를 엄중 문책키로 했다. 보상과 관련, 현재 조사된 간염 혈액 수혈자 70여명 중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비록 수혈과 직접적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정적, 도덕적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복지부는 또 혈액안전관리를 위한 이중확인시스템과 과거 혈액 검사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원인규명이 될 때까지 검사결과를 확정하지 않는 델타확인시스템 구축, 질병관리본부 내 혈액안전감시 부서 신설, 수혈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가 가이드라인 마련 등 혈액안전종합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한적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가 헌혈 감소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헌혈 참여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