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상장 법인들의 주식 증여와 상속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주가가 낮을 때 세금도 줄이고 경영권도 자연스럽게 2세 등에게 승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22일 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증여나 상속 주식수는 1,628억122여 만주, 금액으로는 1,873억7,900여 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사망 후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집, 현대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던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회장이 정몽진 KCC 회장 등 세 아들에게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982억1,800만원(77만3,369주)을 분산 증여했다.
정 명예회장이 세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시점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서 참패한 이후로 당시 KCC측은 "2000년 4월부터 정몽진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맡아 오고 있다"며 "아들들에게 주식 일부를 넘겨줘 책임지고 경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동부건설 김준기 회장이 자사주를 포함해 290억3,000만원을 증여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올 2월 동원금융지주의 개인 지분 7.04%(285억원3,500만원)를 큰 아들인 김남구 현 동원금융지주 대표에게 증여, 그룹의 지주회사 분할과 경영권 상속을 마무리 지었다. 김 회장은 현재 동원금융지주 지분 1.05%만을 갖고 있다. 삼화페인트공업도 윤희중 회장도 5월27일 세 아들 등에게 모두 115억여원 어치의 주식을 증여, 경영권을 사실상 넘겨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주식 상여 등의 경우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자식들에게 넘기면 그만큼 절세 효과가 크고 경영권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그리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중견그룹 가운데 농심그룹은 지난해 7월 그룹의 모회사인 (주)농심에서 투자사업부문을 떼어내 지주회사를 신설하면서 자연스럽게 2세에게 그룹 지배권이 넘겨졌으며 효성그룹의 경우 2세들이 주식을 적극 매입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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