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Big Five)’ 놓치면 후회한다.3주 뒤면 세계의 스포츠 별들이 아테네 밤하늘을 수놓는다. ‘108년, 올림픽의 귀향’으로 치러지는 2004아테네올림픽(8.13~29)에는 모두 28개 종목 3901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저마다 자국을 대표해 절정의 기량을 뽐낼 터이니 모든 경기가 명승부, 명장면일 터. 하지만 아테네가 우리보다 6시간 늦어 자칫 방심하면 진정 소중한 게임을 흘릴 수 있다.
각 종목 예선까지 포함하면 책 한 권 분량이 넘는 경기들. 그렇다고 주야장천(晝夜長川) 아테네 소식에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수많은 ‘별들의 전쟁’ 가운데 두 눈으로 실황을 확인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빅5’를 소개한다.
1. 남자 수영 자유형 200m/17일 오전 1시 16분
세계가 기다리는 첫 빅게임은 17일 오전1시16분(한국시각)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결승. 뮌헨올림픽(1972) 수영 7관왕 마크 스피츠(미국)를 능가하겠다는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ㆍ미국)와 시드니(2000) 3관왕에 빛나는 ‘인간 어뢰’ 이언 소프(21ㆍ호주)가 13개 수영 개인종목 중 유일하게 맞붙는다.
‘7관왕+α’를 노리는 펠프스도, 자유형 지존 소프도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세계기록(1분44초06)과 올 시즌 세계랭킹 1위(1분45초07)인 소프가 일단 유리하다. 펠프스의 최고기록인 1분45초99(미국기록)를 감안해도 1~2초 가량 차이가 난다.
펠프스는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1분46초47을 기록해 세계랭킹 3위에 그쳤다. 하지만 계영까지 8개 종목 정도에 참가하는 펠프스가 이 종목에서 소프를 이기지 못하면 대기록 작성이 쉽지 않은 터라 ‘10대의 투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의 맞대결은 기록 뿐 아니라 최첨단 수영복의 대결이기도 하다. 소프는 비행기의 원리, 펠프스는 상어의 특징을 접목한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와 ‘과학전’도 겸한다.
2.여자 기계체조 이단평행봉 결승/23일 오전 3시 43분
23일 새벽 3시43분엔 체조요정이 당신의 잠을 깨운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상반신 누드를 실어 ‘토플리스의 요정’으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호르키나(25ㆍ러시아)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이번 올림픽이 그녀의 마지막 무대이기에 더욱 놓쳐선 안 된다.
이단평행봉은 호르키나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종목. 연예계 외도로 지탄 받던 그녀는 지난해 미국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우승하며 ‘여론의 질투’를 잠재웠다. 대회 사상 첫 개인종합 통산 3회 우승의 대기록이었다. 20일 열리는 개인종합 우승 후보로 호르키나가 뽑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말솜씨도 기가 막히니 혹 호르키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시상식(이날 오전4시4분) 모습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3.남자 육상 100m 결승/23일 오전 5시 10분
25일 새벽엔 잠깐 눈을 뜨자. 딱 10초면 된다. 이날 5시10분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세계기록(9초78) 보유자 팀 몽고메리(미국)가 탈락해 빈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올림픽 2연패에 나서는 ‘인간 탄환’ 모리스 그린(30ㆍ미국ㆍ9초79)과 올 시즌 랭킹 1위(9초88) ‘인간 치타’ 숀 크로포드(26ㆍ미국)가 촌각을 다툰다. 최고기록을 놓고 보면 그린이 0.09초 앞서지만 올 시즌 기록만 따지면 크로포드가 그린(9초91)보다 0.03초 앞선 까닭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종목에서 0.01초는 결승점에서 10cm의 차이도 되지않는 기록이다.
올림픽 전초전이랄 수 있는 이 달 미국 대표선발전에선 그린이 크로포드를 0.02초차로 제치며 우승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크로포드가 나이키클래식에서 0.05초차로 그린을 제치는 등 오리무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네비스ㆍ9초88) 사파 파웰(9초91ㆍ자메이카) 등이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4.여자 장대높이뛰기/25일 오전 2시 55분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기록경쟁이 엎치락뒤치락 치열했던 종목. 그 대단원의 막이 25일 오전2시55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올라간다.
세계 ‘장대 미녀 3인방’으로 불리는 스테이시 드래길라(33ㆍ미국) 옐레나 이신바예바(22ㆍ러시아) 스베틀라나 페오바노바(24ㆍ러시아)가 ‘1㎝ 전쟁’을 펼친다.
현재 세계기록(4m88)은 페오바노바가 가지고 있지만 종전기록(4m87)을 보유한 이신바예바는 “4m90도 가능하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러시아 듀오’의 도전에 직면한 미국의 드래길라는 비록 기록(4m83)은 뒤지지만 여자장대높이뛰기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선구자. 그녀는 올림픽 2연패의 꿈을 꾸고 있다.
5.남자 마라톤/30일 0시
현지시각 29일 오후6시(한국시각 30일 자정) 마라톤 평원에 총성이 울리면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에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 건각들이 출발한다.
섭씨 35도의 무더위와 가파른 오르막길이 펼쳐지는 ‘죽음의 코스’에서 기록은 별반 의미가 없다. 2시간5~6분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ㆍ2시간7분20초)에게 금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 폴 터갓(케냐)마저 200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을 일군 이봉주를 최고의 라이벌로 꼽았다.
오전 2시12분쯤이면 월계관 주인공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봉주가 ‘아테네의 영웅’이 되길 염원하는 바람으로 레이스를 지켜보자. 그 옛날 페르시아 10만 대군을 물리친 고독한 아테네군의 함성이 들릴 것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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