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좀 벌었어요. 저자들도 평생 먹고 살 정도 모았을 겁니다.”“안 팔려서 책 못 내겠다”는 출판계의 하소연이 모든 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예외 가운데 하나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부문이다.
에듀테인먼트는 에듀케이션(educationㆍ교육)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ㆍ오락)의 합성어. 교양, 과학지식을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는 책이다. 부모가 공부하라며(지식) 사주고 아이는 즐겁게 읽으니(재미) 부모와 자식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출판계는 에듀테인먼트 북(book)의 효시로 이원복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교수의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를 꼽는다. 여러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를 소개한 교양만화로 1989년 첫 권(네덜란드)이, 최근 11권(미국)이 나왔다. 책을 낸 김영사는 1,000만부가 판매됐다고 말한다.
현재의 에듀테인먼트 붐을 일으킨 1등 공신은 뜨인돌의 ‘노빈손’시리즈다. 99년 나온 1권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는 무인도에 표류한 노빈손의 생존기로, 그가 불을 피우고 집을 짓고 별을 살피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지식을 설명한다. 버뮤다, 남극모험과 사계절 나기 등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14종이 출판됐으며 150만부가 팔렸다.
아이세움의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아마존, 사막, 빙하, 화산 등 생존조건이 나쁜 곳에서 사는데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소개한다. 2001년 3월 1권이 나왔으며 현재 11권이 출판돼 240만부가 판매됐다.
지난해 11월 첫 권이 나온 만화 ‘마법 천자문’(아울북 발행)은 이제 겨우 다섯 권이 출판됐음에도 80만부나 나갔다. 손오공의 모험담과 한자학습이 결합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를테면 손오공이 “불어라 바람 풍”이라고 외치면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그림과 바람 풍(風) 한자가 등장, 자연스럽게 한자의 음과 훈을 익히게 한다.
김영사의 ‘앗! 시리즈’는 99년 ‘수학이 수군수군’을 시작으로 ‘물리가 물렁물렁’ ‘앗!문화가 보인다’ ‘앗!이렇게 산뜻한 고전이’ 등 모두 100권이 나왔다. 과학, 문화, 역사, 예술 등을 포괄하며 200만부가 판매됐다.
출판계가 불황을 호소하는 가운데 에듀테인먼트 북의 판매는 이처럼 100만부를 훌쩍 넘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에 대한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는, 부모의 극성스러운 자식사랑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수많은 어린이 책 가운데 에듀테인먼트 북이 특히 큰 성과를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출판계 인사는 에듀테인먼트 북이 ‘기획과 아이디어, 투자의 결합물’이라고 평가했다. 부모의 자식사랑에 편승해 쉽게 만든 게 아니라,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많은 에듀테인먼트 북이 문화관광부, 과학기술부, 간행물윤리위원회 등의 권장ㆍ추천도서로 선정되고 수출이 활발한 사실이 이런 주장을 입증해 준다. 뜨인돌의 박철준 부사장은 “에듀테인먼트 북은 우리 출판계가 개척한 새로운 장르로 외국 출판계에는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시장이 무한대라는 출판인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출판사가 진입을 노리고 있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자를 다룬 ‘마법 천자문’에서 알 수 있듯 분야 역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한미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은 “불황 속에서도 에듀테인먼트 북이 선전하는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출판 성공의 핵심은 재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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