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박근혜호 2기 출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박근혜호 2기 출범

입력
2004.07.22 00:00
0 0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선출되어 앞으로 2년동안 소신껏 당 운영을 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 받았다. 박 대표 2기체제 출범은 예상된 일이었기 때문에 큰 '뉴스거리'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의미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지금 박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선고지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안도감에 젖어있을까, 아니면 안팎의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을까.한나라당은 집권문턱에서 두 번이나 쓰라린 좌절을 맛봄으로써 '울지못하는 새'와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과반수 거대야당에서 개헌저지선 야당으로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의 변화를 주문해왔기 때문에 변화가 상투어가 된 감이 없지도 않으나, 당의 변화는 양보다 질적인 차원에서 가늠해야 한다.

질적 변화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때때로 사람이 '전인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를 본다. 사랑할 때가 대표적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거울도 자주보고 옷에도 신경을 쓴다. 사람을 180도 바꾸어놓는 것이 바로 사랑의 마술이다. '거울도 보지않는 여자'는 사랑을 하지 않는 여자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나라당도 국민을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국민을 사랑함으로 '전인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단순히 사람들의 표심만 잡으려고 하거나 집권에만 열을 올린다면, 위선이며 전략적 행동에 불과할 터이다.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은 것은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한나라당이 보수라서 거부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보수(補修)하지 못하는 보수(保守)를 거부한 것이고, 특권의식과 기득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왕년정당'을 질책한 것이다.

특히 박 대표의 리더십과 한나라당의 수권능력을 검증 받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과 싸우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승리한 운동선수들은 흔히 우승소감을 통하여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한다. 박 대표는 이 말을 가슴에 새겨들어야 한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자신은 제쳐두고 상대방과 싸우는 데만 열을 올렸다. 물론 야당으로서 정부비판과 여당비판이라는 중차대한 직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먼저 자기자신을 정화해야 한다. 자만심과의 싸움, 기득권과의 싸움, 특권의식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이유라면 진정한 적은 자신의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않고 남의 눈에 티끌을 보려고 했기 때문에 야당으로서의 정당한 비판기능도 평가 받지 못한 것이다.

지금 박 대표는 대선고지만을 바라보고 뛰기에는 야당지도자로서 현실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도전과 시련이 만만치 않다. 노무현 정부는 실사구시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정부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분권, 행정수도이전 혹은 자주국방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설정해놓은 개혁목표가 현실적이기보다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수없이 개혁을 외치고 있는 것도 이상에 매료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상추구가 정치의 한 역할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이상에 매달릴 때 일반 사람들의 삶은 고단해 질 수 있다. 점진적이 아니라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겠다는 시도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우호적인 비판을 통하여 진지하게 짚어줄 수 있을까.

박 대표체제가 출범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기회와 위기라는 양날의 칼 위에 올라섰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하지만 훌륭한 말은 평지를 달릴 때보다 언덕을 오를 때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디 당 개혁과 새로운 야당상 정립에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2년 뒤 국민들로부터 받기를 기대한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