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실무회담 성격에 맞게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모두 노타이 콤비 차림의 편안한 복장으로 회담에 임했다.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흥정론'을 들고 나왔다. 노 대통령은 "물건을 흥정할 때에는 질, 수량, 가격을 따지는데 물건을 다 내놓은 북한은 물건 자체를 속이려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가격을 흥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은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상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5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핵 시설을 동결할 경우의 검증 필요성을 거론하는 등 2년 사이에 달라진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호텔 정원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상들은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앞두고 제작한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기념 배지를 상의에 달아 눈길을 끌었다.
회견은 노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지는 바람에 예정된 30분을 넘겨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민감한 독도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노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단호히 답변해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 때 노 대통령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한 차례 표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기자가 미리 '다케시마'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우리에게 밝혔고, 노 대통령은 그 말을 받아서 '다케시마'라고 표현한 뒤 독도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의 TV 드라마 '겨울 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내일 산책을 함께 하면서 여름 연가를 찍자"고 조크를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밤 양측 정부의 공식 수행원 10여명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이라크 파병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 등을 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제주=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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