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이동멀티미디어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ㆍDMB) 서비스가 중국에 한 발 뒤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DMB는 휴대폰 PDA 등 개인휴대용 수신기나 차량용 수신기로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의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 등 다양한 채널의 멀티미디어방송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 우리나라가 올 하반기 ‘세계 최초’로 서비스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중국에서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현재 중국 DMB 서비스의 핵심지역은 홍콩과 마주보고 있는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시이다. DMB 사업추진을 위해 포산시 정부 등이 투자해 세운 한 기업과 포산시 방송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자주 사용해왔던 ‘경제특구’라는 방식을 방송에도 적용하여, 일단 작은 한 부분부터 시행해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95년 흔히 DMB의 전신으로 여기는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를 국가 9차 5개년 계획의 ‘중요과학산업 항목’으로 삼고, 99년 이를 DMB로 승격시켰다.
2001년에는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자가용 승용차에 앉아 전국체전을 시청하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정식 서비스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다. 이러한 시도는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산시는 인구 550만명에 불과한 도시지만, 이 도시를 기점으로 내년까지 전파가 광둥성 전체 인구 8,100만명을 커버하고, 차량 550만대와 PC 사용자에게 수신기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대중적 보급을 위한 단말기 가격인하 또한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수신기 가격은 차량탑재 단말기가 우리 돈 50만원, 컴퓨터 수신카드가 7만원 가량이며, 곧 이어 출시될 수신카드는 5만 5,000원 이하로 묶어놓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6월 30일에는 중국내에서 경제적 발전에 있어서는 비교적 뒤처져 있는 허난(河南)성 정조우시도 DMB 시연에 성공하였다. DMB를 더 이상 광둥성 한 지역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전국적인 점 조직을 기반으로 확대시키려는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기술면에 있어는 우리가 좀더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비디오 압축규격으로 중국은 MPEG-4를 채택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이보다 발전한 규격인 H.264(MPEG-4 AVC)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시장에서 승부에 있어 누가 승리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것은 1970년대 당시의 비디오 플레이어 시장선점을 놓고 두 일본기업이 벌였던 경쟁 일화다. 당시 화면의 선명도나 용량의 크기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방식이 한수 위였지만, VHS 방식을 내어놓은 마쓰시타가 승리를 거두었다.
결국 방송용으로 사용되는 테이프 외에는 대부분 베타 테이프를 찾아보기 조차 힘들어지고 말았고, 소니는 이를 두고두고 한스러워 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DMB 서비스 시점에 있어 누가 앞섰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마지막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는 것이며, 실제로 경제적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재민ㆍ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문화 및 매체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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