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어제 청와대와 중앙부처 등 국가기관 73곳을 신행정수도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한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오래 전부터 잡혀진 일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하지만 수도이전 예정지 확정발표 후 이어진 순회공청회와 각료들의 총력 홍보 등 일련의 진행과정은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국회를 비롯한 헌법에 정해진 12개 기관의 이전은 자체 판단에 맡기고 금융감독위원회 기상청 국토지리정보원 등은 이전대상에서 제외했다. 천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동안 제기된 여론을 반영한 흔적이 보이지만, 근본적인 국민합의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진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다.
수도이전 예정지 확정 후 정부는 순회공청회를 열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홍보에 나서고 라디오광고에 이어 TV광고도 계획하고 있다. 대통령은 "수십 번 공청회를 했는데 언론이 못 본 체 하니 국민은 토론도 설득도 없었던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수도이전을 둘러싼 논란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24차례의 공청회 중 보도자료로 개최사실을 공지한 것은 3차례 뿐이었다. 찬성 일변도의 순회공청회도 이미 이전지역을 확정한 뒤에 열리는 것이라 진정한 공청회라 할 수 없다.
형식적 공청회와 대국민 홍보가 국민합의과정을 대신할 수 없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이전이 꼭 필요하더라도 국민합의과정을 거치자는 게 여론의 핵심임을 깨달아야 한다. 밀어붙이기식 수도이전은 어떤 파국을 초래할지 모른다. 국민투표가 되었든, 국회에서의 재논의가 되었든 국민들이 '이 정도면 됐다'고 납득할 만한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을 때 초래될 국가적 분열과 손실은 어느 한 정부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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