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가 부동산 거래시 실거래가를 해당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는 새로운 부동산중개업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 시행으로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도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부동산 거래 세율도 함께 조정하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부담 늘어 조세저항
이중계약서 작성을 금지하는 부동산중개업법이 시행되면 실거래가 신고가 아파트는 물론 토지,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모든 부동산에 적용되고 실시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는 주택과 토지의 과세표준이 현재의 기준시가(주택)와 공시지가(토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기준시가나 공시지가는 시가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에 실거래가로 기준이 바뀌면 세금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취득세, 등록세 같은 지방세는 현재보다 2∼4배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부동산 거래 세율이 중개업법 실시 시기와 맞춰 하향 조절되지 않을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동산 관련 세율 조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늑장을 부리다가는 재산세 인상 때처럼 조세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편법 등장 우려도
이번 중개업법은 중개업소에게만 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매수·매도인 간의 직거래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 신고를 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소를 끼고 부동산 거래를 한 뒤 최종 계약서는 당사사간 직거래를 한 것처럼 꾸미는 편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중개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기 때문에 굳이 서류상에 중개 사실을 남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추후 계약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당사자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불법행위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래 위축 불가피
어쨌든 새 부동산중개업법이 시행되면 20년 넘게 부동산업계의 관행처럼 통해온 중개업소들의 이중계약서(다운계약서) 작성 행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거래세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초기 부동산 거래의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현재 주택거래신고제 등 규제책과 맞물려 정상적인 거래도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과표현실화로 가는 것을 되돌릴 순 없지만 주택시장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부동산 거래 세율도 함께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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