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북한의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가장 주된 공소 사실인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 수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다만 송씨의 방북 및 주체사상 교육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이날 오후 5시 석방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9월 입국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 송씨 사건에 대해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음으로써 송씨 처벌과 국보법 개폐를 둘러싸고 진보ㆍ보수 진영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활동하며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피고인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진술, 김경필 전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의 보고서, 피고인의 저서 등의 증거만으로는 후보위원으로 선임돼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북한 지도부에 수차례 편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또 남북 통일학술회의 주도 혐의(특수탈출ㆍ회합)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 교수가 1990년대 5차례 방북해 북한 수뇌부와 회동하고 주체사상을 교육 받은 혐의(잠입ㆍ탈출)와 98년 자신을 '노동당원이자 후보위원'으로 지목한 황장엽씨를 상대로 법원에 허위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보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북한이 여전히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보법의 규범성은 인정되나 현행 국보법이 규정한 '지도적 임무' 등 일부 조항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이 때문에 '국가 안전을 해칠 만한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과거 예를 보면 공안사건은 1,2,3심을 거치면서 유ㆍ무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판결내용을 차분히 검토한 뒤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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