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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4>제 역할 못하는 교도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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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4>제 역할 못하는 교도행정

입력
200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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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싸우는 바람에 그 착하던 아이가 충동적으로 집을 나갔다가 물건을 훔친 것 뿐인데, 소년원에 다녀와서 아이가 완전히 변했어요. 이제 사소한 범죄는 죄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되는 상담 중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부모의 애타는 목소리에는 자식을 제대로 인도하기는커녕 아예 망쳐놓기까지 하는 교도행정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는 고교 2학년 때 절도죄로 소년원에 처음 수감된 후 범죄를 반복해 20대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출소하자마자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했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 불우한 가정 등 복합적인 원인을 꼽을 수 있지만 열악한 교도환경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80년대 30%가량에 불과했던 재범률(연간 검거한 범죄자 중 전과자의 비율)은 90년대 50%를 넘어섰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60%이상으로 줄곧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2년에 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4호 처분(비행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내지 않고 복지시설이나 감호시설에 보내 교화하는 처분)의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보고서의 위탁생(소년원의 전 단계인 교화시설에 수용된 청소년)과 소년원생에 대한 설문결과는 '범죄성'을 강화하는 국내 교도행정의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탁생들은 '범죄수법을 많이 배웠다'는 진술문항에 대해 평균 3.80(1=정말 그렇다, 5=전혀 그렇지 않다)의 응답결과를 보였다. 절반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수 청소년들은 범죄수법을 새로 배웠다고 답한 것이다. 또 위탁생 중 52.8%, 소년원생 중 58.6%가 동료와 범죄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교도소의 현실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교도환경 때문에 수용자들의 '교화'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국내 교도관은 1인당 수용자 5.2명을 담당하고 있어 2∼3명 정도를 담당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교대근무를 감안하면 사동 담당 교도관 한 명이 수용자 100∼200명을 관리하는게 보통이다. 대전교도소에서 최근 교도관이 재소자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교도행정의 문제를 시설 감독자 개개인의 사명감 및 인권의식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국내 교도소나 소년원은 교화를 담당해야 하는 직원들의 성취욕을 높일 수가 없는 환경이다"며 "교화담당자를 늘리고, 무엇보다 범죄 경력이 있는 청소년들을 가능한 소수로 떼어내서 가정적인 환경에서 교화하는 방향으로 교도행정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과자에 대해 우선 '낙인'부터 찍고 보는 사회 시선도 문제"라며 "전과자를 부드럽게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사회환경이 개선되어야 교도행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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