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체이니 중사의 나이는 59세.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중 최고령 병사다. 베트남전 참전 때와 같이 공격용 헬기 블랙 호크의 기관총 사수였던 그는 대장 이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지난 5월 죽었다. 비록 교전 중의 전사는 아니지만 그는 이라크 전쟁의 미군 사망자 900여명의 명단에는 포함된다. 우리 같으면 일찌감치 퇴역해 손자나 보고 있을 나이에 그는 최전방의 전투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장년, 또는 노년 병사는 체이니 만이 아니다. 미국의 최전방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 병력 275,000명 중 50대 이상은 5,570명이나 된다.■ 55세의 플로이드 나이트 하사는 수송부대의 험비 지프 운전병으로 근무하다 이라크 사막지대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21세 된 그의 아들도 같은 부대에서 참전 중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숨진 50대 병사는 모두 10명. 교전 중 사망자는 3명 뿐이지만 비율로 따지면 베트남전 때의 10배, 한국전 당시와 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예비군과 주 방위군 제도는 제대연령을 62세까지로 해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참전에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늙은 병사'들의 참전동기는 다양할 것이다. 애국심, 체질화된 군인정신, 노년의 정리, 또는 전쟁의 생동감 등을 짐작할 수 있다.
■ 반면 어린 병사들의 동기는 또 다르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화제가 된 '화씨 9·11'에는 아들의 학비를 댈 여력이 없어 이라크전 참전을 권유했다가 아들의 전사 통지를 받은 어머니의 비통한 모습이 묘사된다고 한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빈곤 탈출의 방편으로 군 입대를 결정하는 사례들을 강렬한 반전 메시지로 동원했다고도 한다. 얼마 전 이라크인 포로학대로 충격을 준 여 병사 역시 대학 장학금 때문에 참전한 것으로 보도됐었다. 무어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치고는 증거와 사실입증이 빈약한 풍자영화에 그친다. 제작의도부터가 정치적 동기로 시작된 정치영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라크전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된 주된 기법은 풍자의 연속과 교직을 통한 연상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영화로서 무어의 작품정신이 어떤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의 견해는 다르다. 무어에게서 중시해야 할 것은 영화적으로 잘됐냐, 못 됐냐의 관점이 아니라 언론적 기능이어야 한다고 크루그먼은 강조한다. 미국의 주류 언론이 외면하거나 묵살했던 전쟁의 이면을 무어는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무어의 이 영화가 엊그제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고 한다. 두 차례 상영에 입석의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상업적이어야 할 시사회가 국회에서 열린 데서도 영화와 무어의 반(反)부시적 정치성을 알 수 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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