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여행을 마음먹기란 쉽지 않다. 인천에서 4시간 이상 바닷길을 내달려야 하는데다, 안개나 풍랑 등 외부 사정에 따라 운항이 취소되거나 심지어 가던 배를 돌려야 할 때도 있다.날씨사정이 허락치 않으면 며칠씩 섬에서 나오지 못했다. 선박의 규모가 300~400톤급에 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 그래서 백령도여행은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풍랑과 안개의 영향을 덜 받는 3,000톤급 초대형 카페리 만다린호가 16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부두 준설작업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는 차량선적도 가능해진다. 부쩍 가깝게 다가온 백령도,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페리호에 몸을 실었다.
오전 8시30분,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만다린호는 항내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질주를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몸놀림이 경쾌하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데다 안개가 짙어 다른 배 같으면 운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 선원이 귀띔한다.
높은 파도를 가르며 4시간 남짓 달려 백령도 용기포부두에 도착했다. 인천연안부두에서 200㎞ 거리. 서해 최북단에 자리잡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북한의 장산곶에서 직선거리로 15㎞에 불과하다. 지리적, 전략적 위치 때문에 해병대 1개 여단이 주둔해 있어, 섬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없는 등 약간의 제약이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섬에 도착하면 왼편으로 큰 백사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391호)이다. 길이 3.7㎞에 썰물때는 폭이 200㎙까지 드러난다. 언뜻 보면 일반 해수욕장과 다를 바 없는데 백사장을 질주하는 차량들이 많다.
석영이 부서져 형성된 모랫바닥이 아스팔트만큼이나 단단한 덕분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행기가 뜨기도 했다. 천연비행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여년전 백사장 뒤로 담장을 설치하면서 뻘이 생기기 시작, 명성이 퇴색되고 있어 아쉽다. 자연의 섭리를 그슬린 까닭이다.
백령도가 자랑하는 또 다른 해수욕장은 사곶해수욕장과 마주보고 있는 콩돌해안(천연기념물 392호)이다. 오군포포구에서 1㎞ 가량 뻗어있다.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지역에 퍼져있는 둥글고 검은 몽돌과 비슷할 것이라는 관광객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곳이다.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 다양한 색깔이 섞여있다.
계란만한 것에서 콩알만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자연이 빚어낸 색채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파도가 거칠어 수영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여름철 찜질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많은 볼거리들이 널렸지만 백령도관광의 백미는 역시 두무진(頭武津ㆍ명승지 8호)이다. 한반도 동해에 해금강이 있다면 서해의 대표선수는 단연 두무진이다. 사암과 규암이 겹겹이 쌓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선대암, 형제암, 병풍바위, 코끼리바위 등 해안선을 따라 4㎞ 가량 이어지는 해안절벽을 보노라면 자연의 섭리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천상의 조각가가 선계의 돌을 가져와 빚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때쯤 유람선을 서서히 뱃머리를 돌린다. 군사작전지역이라 더 이상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가마우지, 물범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동물들이 바위틈에서 혹은 해안동굴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황해도 해주와 가까운 백령도는 심청전과도 관계가 깊은 곳이다.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뱃사람들에게 팔려가 몸을 던진 곳으로 알려진 인당수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북녘땅이라 갈 수는 없지만 진촌리 언덕배기에 조성된 심청각에 오르면 손에 잡힐 듯 해주땅이 보인다. 가깝고도 먼 곳이다. 남북한 경비정이 수시로 오가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지만 고요하고 평온한 바다는 말이 없다.
/백령도=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더욱 편해진 백령도 여행길
현재 백령도를 운항하는 선박은 온바다의 데모크라시5호와 진도해운의 백령아일랜드호. 하루 2~3차례 인천연안부두에서 출발한다. 기존 선박은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4시간 가량. 새로 취항한 만다린호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백령도까지 직항, 운항시간은 비슷하다. 8월23일까지 10% 할증된 성수기요금이 적용된다. 만다린호 일반실 성인 5만원, 일등실 5만5,000원, 데모크라시5호, 백령아일랜드 4만7,900원. 온바다(032)888-9600, 진도해운888-9600.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어서 모든 어패류가 자연산이다. 백령도의 특산물인 까나리앳젓으로 국물을 내는 사곶냉면(032-836-0559)이 유명하다. 짠 김치와 굴, 홍합 등을 만두속에 넣어 빚은 짠지떡은 두메칼국수(836-0245)가 잘한다. 풍부한 미네랄을 머금은 백령도 자생 쑥으로 쑥환, 쑥뜸, 쑥엑기스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약쑥특산단지(836-0031)도 필수방문코스.
백령도에는 아직 호텔급 숙소는 없는 편. 옹진모텔(032-836-8001), 이화장모텔(836-5101), 문화모텔(836-7001) 등 10여개의 장급 여관이 있다. 마을마다 3~8실규모의 민박을 겸하는 집들도 많다. 백령면사무소(032)-836-1771.
방을 구하기 어려운 여름 성수기에도 여행사를 통하면 의외로 쉽게 예약할 수 있다.까나리여행사(032-888-1911)는 대청도와 백령도를 연계한 2박3일 관광상품을 10명 2인1실 기준 21만원에 내놓았다.
비타민여행사(02-736-9111)는 대청도, 백령도를 둘러보는 1박2일 상품을 18만원, 2박3일 23만원에 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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