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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NLL관련 기밀 유출한 軍에 레드카드…경위조사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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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NLL관련 기밀 유출한 軍에 레드카드…경위조사 지시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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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군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방부 일부 인사들이 지난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작전 수행과 관련된 기밀 사항을 유출하고 있다는 것이 경고 사유이다. 군이 당시 북한 경비정의 송신 사실 보고를 중간에서 누락시킨 문제를 호도하기 위해 기밀까지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군 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추가 조사를 지시한데 이어 이날 윤광웅 국방보좌관을 통해 군 기밀이 일부 언론에 유출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군이 북한 경비정의 송신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데 이어 군 기밀까지 언론에 흘리는 상황을 '군기 문란' 또는 '군 기강 해이' 로 규정하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안보팀은 이날 국방부에 대해 "군 기밀 사항이 언론에 유출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엄중 경고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가 군에 대해 전날 옐로우 카드를 보냈다면 이날은 레드 카드를 꺼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NLL 파문이 터지기 전에도 비리와 사고가 잦은 국방부를 강력히 개혁하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 누락 사태와 기밀 유출 상황까지 벌어지자 군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일부 언론의 보도 경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언론은 14일 당시 작전과 관련된 군 정보 당국의 '분석 보고서'와 북측이 15일 남측에 발송한 전화통지문 등을 보도했다. 이 자료들은 북한측이 잘못했고 우리 군의 대응은 정당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군이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시 작전 상황으로 초점을 옮기려 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시각이다.

청와대측은 군 기밀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에 대해 조사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따라서 23일께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가 이뤄진 뒤 문책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책 대상으로는 조영길 국방장관, 김종환 함참의장 등 군 수뇌부, 북한 경비정의 송신 사실 보고를 받고도 더 이상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인사, 군 기밀을 언론에 유출한 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윤 보좌관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심히 우려된다"며 언론의 냉정한 보도를 주문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도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냉정히 보도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NSC의 기강부터 살펴봐야"/ 軍일각, 반발

북한 경비정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과정의 보고누락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 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가 지난 20일 군 내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군 통수권자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등 자칫 국기문란 사태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군 내에서는 "남측 함정과의 교신시간 등 북한이 거짓말을 한 부분은 부각시키지 않은 채 군의 잘못만 질책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 지시를 군 죽이기로 간주하면서 '색깔론'까지 들먹였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이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못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군 흔들기'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면서 반발하고 있다"고 군내 분위기를 전했다.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한 노 대통령의 국제전화를 받지 않은 청와대 종합상황실의 기강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청와대가 군의 기강을 거론하기 전에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기강부터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간부들은 부대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신일순 전 연합사 부사령관의 처리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군의 지휘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정부 내 군사법원 폐지 움직임 등으로 군 수뇌부가 반발했던 전례를 거론하면서 이번 사태가 군청(軍靑)갈등으로 증폭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 같은 군 내의 반발은 추가 조사 과정에서 군의 문책범위가 늘어날 경우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군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장교는 "군이 남북 함정 간 교신 사실을 숨긴 데 이어 북한 함정의 '한라산' 호출부호 사용 등을 잇따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군이 거짓말을 한 부분은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군 통수권자에 대한 허위보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군이 명백한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계속 성역으로 보호해달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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