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해결사로 긴급 수혈된 본프레레 감독이 공식 데뷔전에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보였다. 4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본프레레호는 요르단과의 경기서 90분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펼쳐 보임으로써 월드컵 4강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의 말대로 ‘팀을 만들어 가는 중’인데다 세대교체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 본프레레와 거스 히딩크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의 주역이 됐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노르웨이와의 데뷔전서 2-3으로 패하는 등 4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월드컵까지 11승11무10패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고, 274일간의 소집 훈련을 했지만 월드컵을 3개월 여 앞둔 터키와의 평가전에서야 그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때 체코에 0-5로 패해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히딩크 때처럼 장기 차출이 불가능 해 더 이상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 본프레레 감독은 훈련기간이 짧은데다 올림픽과 겹치는 바람에 최상의 팀을 구성하지 못한, 1.5군에 불과하다. 따라서 올림픽멤버가 가세하면 본프레레 감독이 제대로 된 자기 색깔의 축구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없지 않다.
▲ 본프레레호는 세대교체 중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본프레레호는 지금 세대교체라는 ‘홍역’을 앓고 있다. 황선홍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고, 수비진의 세대교체는 발등의 불이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김태영 최진철 유상철이 독일월드컵까지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다.
요르단전에서 최진철이 퇴장 당한 것은 스피드가 뒤지자 무모하게 반칙으로 공격을 끊어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 탓이다.
또 한국팀을 맡은 지 20일이 채 안돼 외국 감독들이 초창기에 겪었던 선수에 대한 판단미스와 이에 따른 활용의 혼란 같은 문제점을 본프레레 감독이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붙박이 왼쪽 윙백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세우고 수비력이 부족한 현영민을 왼쪽 윙백으로 고집한 것이 단적인 예다.
▲ 골 결정력 부재는 딜레마
이것은 한국축구의 영원한 딜레마다. 스트라이커의 덕목은 자신이 골을 넣지 않더라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당대 수비수를 이끌어내고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트려 주는 것. 두 경기 당 한 골을 넣으면 그저 그런 선수고, 최소 3경기당 2골을 넣어야 월드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선수 중에 A매치 경기당 0.5골을 기록한 선수도 찾아보기 힘들다.
투톱인 안정환과 이동국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둘 다 몸이 느리고 공을 오래 갖고 있는 스타일이라 스스로 폭 넓은 공간 활용을 통한 득점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김은중이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 편이지만 차두리나 설기현은 측면 공격만이 제격이어서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욱이 공격루트가 단조로운 한국축구는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차단 당하면 무모한 중앙공격을 펼치다 제 풀에 무너지는 경향이 짙어 정교한 세트플레이 등 다양한 공격루트 개발이 절실하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