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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국제음악제 참가 리처드 용재 오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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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국제음악제 참가 리처드 용재 오닐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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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설레고 흥분되는지 몰라요." 지난 5월 KBS TV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한국계 미국인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25)이 24일 개막하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하기 위해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왔다. 2001년 이후 여섯 번째 방문이지만, 이번은 특별하다. '인간극장' 방영 이후 어머니의 혈육이라는 사람이 나타남에 따라 그를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양아인 어머니 이복순(51·미국명 콜린 오닐)씨가 46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의 나라를 찾아와 부산에 산다는 그 친척을 만나기로 했다. 이씨는 31일 입국한다.

어머니 이씨는 어릴 때 열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고 미혼모로 그를 낳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자랑스런 어머니다. "정말 놀랍도록 아름다운 분이세요. 힘들게 사셨는데도 언제나 햇살처럼 환하시죠. 남들이 장애인이라고 놀린 적도 있지만, 저는 어머니가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의 아버지는 백인. 사진으로만 봤다. 대신 어머니를 입양한 양조부모가 그를 키웠다. "할아버지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셔서 집에 수 백장의 음반이 있었죠.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꼬마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해 열 다섯 살 때 비올라로 바꿨죠.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는데도 열심히 저를 뒷바라지 해주셨어요. 특히 할머니의 정성은 잊을 수 없어요. 제가 캐나다까지 매주 레슨을 받으러 다닐 때 할머니 연세가 75세였는데 왕복 6시간 거리를 손수 운전해서 데려다 주셨죠. 10년 간 그렇게 한결같이 저를 태우고 다니셨어요.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시죠."

혼혈인데도 그의 얼굴은 영락없는 한국인.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아 보인다고 말하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굴곡 많은 삶인데도 전혀 구김살이 없다. 쾌활하고 상냥해서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청년이다. 한국말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는 2001년 로스앤젤레스 필과 협연하며 정식 데뷔했다. 미국의 차세대 비올라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 진학한 그 해 10월, 이 학교의 한국인 교수 강효씨가 만든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에 입단했다. 강 교수가 '용재' 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 줄리어드·멘델스존·오리온 현악사중주단과 연주하는 등 실내악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길 샤함, 초량린, 정경화, 조슈아 벨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함께 연주했다. "음악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세상에는 파괴와 슬픔이 많은데, 음악은 무언가를 창조함으로써 세상을 돕는 일이죠. 제게 음악은 축복입니다."

2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그의 독주회는 이미 한 달 전 매진됐다. '인간극장' 방영 이후 팬클럽이 생겨서 회원이 1,000명이나 된다. "친척을 찾든, 못 찾든 간에 저는 이미 더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생각해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제가 정말로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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