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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3>어린이·여성·노인 등 희생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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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3>어린이·여성·노인 등 희생 줄이어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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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11시 경기 일산 후곡마을 학원가 앞 도로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중학교 2학년 딸을 데리러 온 신모(41·여)씨는 "집이 가까워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끔찍한 사건이 많아 아이를 직접 데리러 왔다"며 "학교나 학원에서 밤늦게 기다리는 엄마들이 평소보다 2배는 늘었다"고 말했다.이번 연쇄 살인사건으로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부녀자와 노약자들이 오히려 흉악한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이 입으로는 '부자'라는 사회적 강자를 노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반항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노인과 여성 등 약자를 자신의 비뚤어진 적개심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연약한 어린이와 여성, 노인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가는 흉악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아직도 용의자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부천 초등학생 피살사건과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은 물론, 4건의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과 성남 구멍가게 노인 피살(1월20일), 구리 호프집 여주인 피살(2월14일), 군포 우유배달 주부 피살(2월10일), 서울 원남동 60대 노파 피살(5월22일), 서울 역삼동 다세대주택 30대 여성 피살(5월27일) 등 올해 발생한 강력 사건 대부분이 여성·노인·어린이를 상대로 한 것들이다. 올 2월 발생한 경기 포천 40대 여성 보험설계사 피살사건은 억대 연봉을 노린 강도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분당 80대 노인 피살사건은 증권사 직원의 범행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어린이 유괴는 물론, 생활고와 이혼 등으로 인한 부모의 동반자살이나 학대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황지태 전문연구원은 "우리사회의 복지시스템이 미흡한데다 불황까지 깊어지면서 억눌린 심리상태를 자신보다 약하고 저항력이 없는 사람들을 향해 한풀이하듯 표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출 청소년들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전화방과 노래방 도우미, 출장 마사지 종사 여성, 티켓다방 종업원 등도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연락조차 하지 않는데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게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변진홍 사무총장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에 대한 살해와 폭행,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현 상황은 사회 시스템의 위기"라며 "사회적 안전장치 확충과 함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서로를 연민하고 나누고 헌신하는 정신을 길러내지 않으면 반생명 범죄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이상안 교수는 "노인 여성 어린이는 사회가 특별히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대상"이라며 "경찰 인력을 학교·시장·우범지대 등 생활현장에 대규모로 배치하고 공무원들도 출퇴근 시간의 일정 부분을 국민의 생명·재산보호 임무에 할당하는 등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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