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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취미]유인종 서울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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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취미]유인종 서울시 교육감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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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7시. 서울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에 유인종(73)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청 수영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유 교육감의 팔 다리와 몸은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 답지 않게 팽팽(?)해 보였다. 몸을 푼 뒤 가볍게 25m레인을 자유형으로 왕복한 유 교육감은 교육청 수영동호회 전석진(48ㆍ행정과 사무관) 회장에게 50m 경주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전 회장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아 보인다. “물론 실력대로 하면 내가 이기지만 어떻게 수장인 교육감을 보란 듯이 누르겠느냐”는 불만이다. 경주를 시작하자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살을 헤쳤고, 승부는 간발의 차이로 전 회장이 이겼다. 전 회장이 “제가 힘을 덜 썼습니다”라고 하자, 유 교육감은 “단거리라서 내가 졌지 300m 넘는 장거리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되려 큰소리다.

유 교육감은 봄 가을엔 볼링, 겨울엔 스키를 주로 즐기지만 여름엔 꼭 수영을 한다. 그렇다고 수영장에 정기권을 끊어 매일 같이 물에서 사는 건 아니다. 그저 생각이 나면 사무실과 집에 있는 수영복을 챙겨 들고 가까운 수영장으로 발 검음을 옮기곤 한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새벽의 동호회 모임에는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함께 한다. 비 내린 뒤 물이 불어난 시골 개울가에서 멱 감듯이 하되 굳이 ‘일주일에 몇 번 한다’고 정해놓지 않았다고 한다. “얽매이지 않고 즐겨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으로 100여 개국을 드나들었는데 한 번도 수영복을 빼먹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어쨌든 수영은 유 교육감이 즐겨 하는 여러 운동 중 가장 오래된 벗이다. 그가 수영을 처음 접한 것은 193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고향인 전북 익산시의 여산천에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강가에 길다랗게 자란 풀을 두 손으로 잡고 물장구를 쳤고, 언제부터인가 ‘개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수영 중에 가장 쉬운 게 ‘송장헤엄’(배영)”이라는 그는 “그냥 물 위로 몸을 누이면 둥둥 떠다녔고, 하늘의 뭉게구름이 바짝 따라와 좋았다”고 한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10m가량 되는 다리 난간에서 머리로 입수하는 정식 다이빙을 했다”고 자랑한다. “처음엔 바로 선 자세로 뛰어 내리다가 복부가 먼저 물에 닿아 엄청나게 아픈 뒤로는 머리부터 입수했는데 기가 막히게 잘 됐다”고 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다소 과장 된 법이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70년 가까이 간직한 추억’이란 생각에 참았다.

수영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다는 유 교육감도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 “해군에 복무 중일 때 바다 속에서 영원히 잠들뻔했다”고 한다. 1952년 백령도 인근에 함정이 정박하고 있을 때 남해안에서 그랬듯 무심코 바다로 뛰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해안이 어떤 곳인가. 조수간만 차이가 크고, 썰물일 때 물살은 보통 수영실력 갖고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배가 있는 데로 가려고 팔을 있는 힘껏 내젓는데도 몸은 자꾸 물살에 밀려 바다로 떠내려 갔어요. ‘에쿠, 이러다 물고기 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다행히 보트가 와서 구조를 해줬어요. 서해 바다를 너무 몰랐던 게지요.” 그래도 유 교육감은 수영장보다는 강에서, 강보다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 더 쉽고 재미있다고 한다.

수영예찬론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하자 유 교육감은 “건강에 좋다”고 짧게 답하고 만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이경균(48) 공보계장이 “교육감이 그 동안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을 갖고 각종 교육정책에서 교육부와 티격태격했다. 독한 면과 끈기가 보였다. 수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유 교육감은 “그런 면이 없진 않지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을 기르는데도 그만이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수영을 할겁니다”라며 헐헐 웃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 서울학생 한강 헤엄쳐건너기

유인종 교육감은 요즘 눈이 빠지라 한강 물만 쳐다보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통일기원 서울학생 한강헤엄쳐건너기’가 당초 1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장맛비로 16일, 19일 두 차례나 연기됐기 때문. 자칫 1997년처럼 물살이 줄지 않아 행사를 치르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건너기에 대한 유 교육감의 애착은 남달리 강하다. 신승평 전 덕수초등학교 교장이 이 행사를 1994년 처음 추진할 때만해도 교육청 등의 반대가 거셌다. “애들 다 죽이려는 것이냐”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96년 3대 민선교육감에 취임한 유 교육감은 98년부터 이 행사를 적극 후원했다. 예산도 특별히 배정했고, 군 부대 등의 지원도 이끌어내 안전사고가 없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모험심을 기르고 성취감을 주는 데 이만한 일이 어디 있냐”는 이유에서다.

유 교육감도 98년 처음 한강을 건넌 뒤 지난해 해외출장 때문에 불참한 것 빼곤 매년 참여했다. 앞장서 강물에 뛰어들었고, 건너편 둑에 올라서서는 한강을 건넌 어린이에게 기념메달을 일일이 걸어줬다. 유 교육감이 한강을 건넌다고 하자 지인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해야 겠다”, “수영을 못하게 하자. 조의금 들어간다”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유 교육감의 후원 덕분에 한강건너기 행사는 99년부터 서울의 다른 초등학교 학생들도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1,000명 이상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한강을 건너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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