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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해밀턴 '18년 무명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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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해밀턴 '18년 무명을 날리다'

입력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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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인생의 승리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루키인 토드 해밀턴(미국)이 제133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400만파운드) 최종 라운드에서 이변을 연출했다.해밀턴은 19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로열트룬링크스(파71ㆍ7,715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동타를 허용한 뒤 4개 홀 연장전에서 1타차로 승리, ‘클라렛 저그’에 입을 맞췄다. 이로써 해밀턴은 지난 해 벤 커티스(미국)에 이어 다시 한번 브리티시오픈에서 ‘무명의 반란’을 일으켰다.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비교적 낯익은 해밀턴의 골프인생은 한마디로 잡초.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인 해밀턴은 오클라호마 대학 시절에는 유망주로 꼽혔지만 1987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프로로 첫발을 디딘 캐나다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2년 뒤 PGA 2부투어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패를 거듭하자 아시아로 발길을 돌렸다. 92년 매경오픈 등 아시안투어에서 11승을 거둔 뒤 96년 일본투어로 건너와 지난해 4승을 올리는 등 통산 6승을 거뒀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그런대로 명성을 얻은 그이지만 마음은 항상 PGA에 있었다. 아시아무대에서 뛰면서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7차례나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해 말 도전 8번만에 투어카드를 쥐게 됐고 올 3월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PGA 우승을 거두었다. 해밀턴을 이번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135만달러의 상금을 받아 상금 30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었고, 향후 5년간 메이저대회에 예선없이 출전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황제 등극’을 꿈꿨던 엘스는 18번홀(파4ㆍ457야드)에서 웃고 울어야만 했다. 엘스는 정규 라운드 마지막인 이 홀에서 차분하게 파를 잡으며 보기를 범한 해밀턴을 연장으로 끌어들었다. 하지만 1타 뒤진 연장 마지막인 이 홀에서는 재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버디 퍼트를 실패하며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한편 최경주(34ㆍ슈페리어)는 이날 버디1개, 보기3개로 2오버파 73타를 쳐 이븐파 284타로 한국 선수 중 역대 가장 좋은 공동 16위에 올랐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엘스, 연장 18번홀 4.5m 버디퍼트 놓쳐

연장전 마지막홀인 18번홀(파4ㆍ457야드) 그린. 대회기간 내내 입을 꽉 다물고 차분하게 플레이를 펼쳤던 해밀턴이 파 퍼트를 떨군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4개홀 스트로크플레이로 펼쳐진 연장전에서 막판까지 추격하던 엘스를 1타차로 따돌리고 ‘디 오픈’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연장 3번째홀인 17번홀(파3ㆍ222야드)에서 엘스의 보기로 1타 앞선 해밀턴은 티박스에서 아이언을 뽑아들었다. 거리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겠다는 전략.

하지만 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며 수리지에 떨어졌고 무벌타 드롭 후 5번 아이언으로 친 샷도 그린에서 40야드나 못미쳤다. 위기였다. 이미 엘스는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재연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밀턴은 과감하게 그동안 재미를 보았던 3번우드를 잡았다. 볼은 페어웨이를 굴러 핀 옆 90㎝에 달라붙었다. 엘스의 기를 꺾을 만한 환상의 우드 어프로치샷이었다. 힘을 잃은 엘스의 4.5m 내리막 버디 퍼트는 홀 앞에서 꺾여버렸다. 해밀턴은 차분하게 파를 잡아내며 76홀의 장정을 마무리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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