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특히 클래식음악 후원자로 유명한 박성용(72)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이 이 달로 취임 1년을 맞았다. 메세나는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협의회는 기업과 예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박 회장 취임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원사가 132개에서 180개로 늘었다.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메세나, 기업의 문화접대 운동, 기업 메세나 활동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의 성과도 거뒀다."무엇보다 메세나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알리고 기업의 관심을 끌어낸 것이 보람입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지요. 불경기라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눈 돌릴 여력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메세나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자고 생각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돕기가 아니라, 이를 통해 기업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생각 쪽으로요."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인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문화예술 후원에 몰두해왔다.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30여년간 음악가들을 적극 지원해온 그의 열성은 메세나협의회를 맡은 뒤로 다른 기업들까지 문화예술지원에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통영국제음악제 재단이사장까지 맡아 더욱 바빠졌다.
박 회장은 19일 취임 1주년에 맞춰 협의회 새 사업으로 '어린이를 위한 예술'(Arts for Children) 캠페인과 전국 아동복지시설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어린이를 위한 예술' 캠페인은 어린이들에게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자는 운동.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을 즐길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국 아동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은 음악·미술·연극·무용·영화 등 분야별 전문강사들이 각 시설을 찾아 지도하고, 문화현장을 체험하는 내용. 문화예술에서 소외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없게 하려는 배려다. 이 사업은 문화관광부가 복권기금 50억원을 지원하고, 기업들이 참여해 지역별로 펼치게 된다.
"저도 손자가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급한 문화에만 너무 노출되어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는 오히려 적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어린시절에 순수예술의 아름다움을 느껴봐야 어른이 되어도 즐길 수 있어요. 이미 나이든 사람들에게 아무리 가르쳐봤자 소용 없고, 어린이가 희망입니다. 메세나운동도 그래서 하는 겁니다. "
박 회장은 최근 어린이에게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간곡한 호소의 편지를 써서 각계각층 7,700명에게 보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뜻에 공감하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메세나 일을 해보니까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설득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 내가 전화하면 '돈 내라'고 할까 봐 피하더라" 며 웃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