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네럴 일렉트릭(GE)과 삼성그룹의 공통점은? 제조업과 금융업을 함께 갖고 있는 굴지의 산업·금융 혼합그룹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GE는 산업부문과 금융부문이 분리되어 있는 반면, 삼성은 금융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가 출자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19일 'GE의 금융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GE는 금융부문을 그룹의 수익창출원으로 키워온 반면, 국내 혼합금융그룹(삼성 한화 등)들은 금융부문을 계열기업에 대한 지배와 자금조달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E의 출자구조는 제조업과 금융업 사이에 사실상 차단벽이 놓여 있다. 전체 지주회사인 GE는 제조업 계열사(GE에너지 GE의료기기 GE가전 등)들에는 직접 출자했으며, 대신 금융부문은 중간 지주회사인 GE캐피탈서비스가 금융계열사(GE캐피탈 GEGIH재보험 등)를 지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제조업과 금융부문은 출자관계가 없는, '별도 묶음'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이나 한화 등 국내 혼합재벌들은 제조업이 금융을 지배하고 금융이 다시 타 계열사를 지배하는 복잡한 순환출자형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 경영정보공개와 관련, GE는 그룹 전체의 연결재무제표 외에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으로 나눠진 재무제표를 별도 공개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금융과 비금융부문에 대한 구분이 없어 두 부문의 총체적 거래관계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퇴출정책도 상이하다. GE는 증권자회사를 1994년 청산했고 개인의료보험 등 보험부문 일부도 올해중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수익·성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히 청산·매각한다. 그러나 국내 혼합 재벌들은 구조조정 보다는 타 계열사로부터 추가지원이나 합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일각에선 GE가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을 거론하며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GE는 두 부문의 투명성과 차단장치가 철저하게 작동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국내 혼합그룹들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명확히 함으로써 계열사간 경영부실파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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