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가 미국, 중국과 벌이고 있는 쌀 협상에서 기존 관세화 유예 입장에서 벗어나 관세화를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국책 연구기관인 KDI의 권고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쌀 시장 개방을 유도하는 새로운 농업분야 협상초안을 발표하고, 정부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 대책을 논의키로 한 시점에 나와 더욱 주목된다.
KDI는 19일 내놓은 '쌀 협상과 미곡산업 구조조정 방안'에서 관세화 유예 조건이 매우 유리하지 않는 한 관세화를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DI가 관세화 전환을 권고하는 것은 관세화 유예를 조건으로 늘어날 쌀 수입 물량이 관세화 전환에 따른 수입물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관세화를 유예받기 위해서는 2004년 20만5,000톤 수준(연간 소비량의 4%)인 쌀 의무수입물량을 2006년 이후에는 30만톤∼60만톤 수준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이 관세화 유예 대가로 쌀 수출국에 연간 소비량의 3% 가량을 양보한 전례가 한국에게도 적용된다면 DDA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연간 소비량의 8%,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11% 이상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또 국내 쌀 소비량 감소로 재고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매년 30만∼60만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한다면 엄청난 재고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2003년 한 해 동안 정부가 109만톤의 쌀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3,434억원이다.
KDI는 관세화를 선택하면 오히려 시장 개방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2003년도 국내 쌀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당 2,050원으로 관세화 전환 첫해인 내년에 400%의 관세를 얻어낼 수 있다면 국제 쌀가격이 톤당 340달러가 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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