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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가족이 희망의 등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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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가족이 희망의 등불입니다

입력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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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죽마고우들 모임에 갔다. 시간이 좀 일러서 한 친구 집에 먼저 들렀는데 적막강산과도 같았다. 친구는 연전에 아내가 가출해 혼자 살고 있었다. 고교생 아들은 반항심으로 툭하면 집에 안 들어오고 중학생인 둘째는 아직은 착하지만 간혹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다면서 친구는 괴로워했다.최근 경제난으로 가출하는 어른의 숫자가 청소년보다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내 친구가 그런 상황이고 보니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함께 한숨만 내쉬다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푸줏간에 들러 삼겹살 한 근을 샀다. 귀가하니 아내의 손길이 부산했다. "뭘 하는데 그리도 바빠?"하고 물었더니 만두를 빚는다고 했다. 아내는 삶은 숙주나물에 두부를 으깨고 갖은 양념을 더하여 맛난 만두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만두와 더불어 삼겹살까지 오르는, 그야말로 성대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식구들이 저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노라니 가정의 화목만한 기쁨은 세상에 다시 없는 것 같았다. 아내의 부업이 실패하고 빚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우리 집의 경제적 처지는 그야말로 험산준령의 협곡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변함없이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내겐 큰 힘이 되고 재산이 된다.

나는 한 때 물질의 풍요만이 참다운 행복의 기준이라고 착각하던 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큰 상처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다. 즉, 재물이란 없다가도 있는 것이며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운수(雲水)와 같다고 했나 보다.

그러나 가족은 이 풍진 세상에서 나를 지켜 주는 희망의 등불이다. 부부가 힘을 합쳐 가정이라는 둥지를 튼실히 가꿔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꽁보리밥에 신김치일지언정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먹는다면 그 어떤 산해진미라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부디 친구 아내가 어서 집으로 돌아오길, 그래서 좌절의 질곡에서 헤매고 있는 친구가 다시금 예전처럼 위풍당당한 아빠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hk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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