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한시간 낮잠을 자겠다"고 아들과 남편에게 말한다. 그러면 이상하게 10분도 안돼 엄마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한시간 동안 그런 전화가 세 번쯤 걸려오는데, 그 중에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될 전화가 꼭 한통 끼어 있다.엄마가 낮잠을 자면 아들도 갑자기 엄마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잠을 방해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라, 저절로 묻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이다. "엄마, 내 청바지 어디 있어요?" "엄마, 우리집에 라면 사다 놓은 것 없어요?" "엄마, 전에 내가 붙이고 놔둔 반창고 어디 있어요?" 그러다 끝내 이렇게 말하게 된다. "엄마, 좀 일어나봐요."
남편 역시 만만찮게 아내의 낮잠을 방해한다. "여보, 텔레비전 리모콘 어디 뒀어?" "애가 라면 끓이는데 물 얼마큼 부으면 돼?" "참, 당신 절에 가는 날이 언제라고 했지?"
도대체 편히 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가 낮잠을 못 자느냐고? 그것은 또 아니다. 한 집안의 엄마 자리는 낮잠을 자는 동안도 그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일일이 능동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중심이자 안테나인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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