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 당 4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산유국들에 대한 우리기업의 공략이 거세다.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세계 2위 석유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고, 대 중동지역 수출도 30% 가깝게 증가했다.산유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라
우리 수출업체들은 산유국의 구매력 있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고급 휴대폰 등 '고가제품'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의 신흥중산층(노브이루스키)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에 나섰다. 모스크바의 전자제품 전시관 '갤러리 삼성'을 전면 개편하고 다음달까지 6개 도시 순회 모바일 로드쇼를 연다. 1분기에만 1억6,700만유로(약 2,000억원)를 수출한 삼성전자는 올해 러시아시장에서 점유율 25%로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1월 처음 러시아시장에 진출한 팬택계열은 1대당 300달러 이상의 고가 자체브랜드 휴대폰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20만대를 판매했다. 올 한해 80만대를 파는 것이 목표다. 장상인 전무는 "올해 신규가입자만 1,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6위 휴대폰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중동시장에서 PDP TV, 에어컨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자 판매목표를 30% 상향 조정했다. LG전자는 중동지역을 겨냥해 '대추야자 냉장고'를 개발, 9월 본격 수출할 예정이다. 중동시장에서 '제2의 김치냉장고' 신화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웰빙 에어컨과 세탁기, DVD리코더 등을 앞세워 30% 이상의 매출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플랜트 수주도 활기
산유국의 대형 플랜트시장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열병합발전소(4억2,000만달러) 건설을 수주하는 등 우리 기업들은 중동시장에서 올 상반기에만 24억4,000만 달러의 공사를 따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5% 증가한 물량이다.
5월 사우디아라비아 담수 플랜트(3억7,000만달러)를 수주한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풀린 리비아를 비롯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3,4건의 경쟁입찰에 참가하고 있다"며 "올해 플랜트수주 목표액은 1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3배 많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에서도 풍림산업이 엑손 원유수출기지(1억1,200만달러) 건설을 수주하는 등 상반기에만 2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산자부 수출입과 나성화 사무관은 "유가가 오르면서 오일머니가 풍부해진 산유국들이 그 동안 미뤄왔던 공사 주문을 활발히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