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의 헌법소원은 청구인이 이 법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 받고 있다고 하여 제기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이다. 이것이 접수된 지 하루 만에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사실은 이번 소원이 형식적, 절차적 요건에 있어 일단 하자가 없다는 뜻이다.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 법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되었고, 대선과 총선의 결과로 국민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헌법소원의 심리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행정수도법은 헌법소원의 심리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입법작용'에 속한다. 그리고 어느 한 국민이라도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이상,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헌법소원이 기본요건인 자기관련성, 직접성 및 현재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심리할 필요도 없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관련성이란 자기자신의 기본권이 침해 당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 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정부측은 영업손실이나 지가하락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아니라 단순한 경제적 반사이익이므로 헌법소원 대상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기본권의 개념이나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기본권은 헌법의 해석을 통하여 해명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국회와 대통령, 지방자치 등과 같은 제도적 보장은 객관적 법규범으로서 그 규범의 침해만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 다만, 문제된 제도적 보장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어민들의 어로활동이나 영토권 등 포괄적 개념을 기본권의 침해로 인정하였다.
현재 85개 국가가 헌법에 수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규정이 없어도 헌법으로 인정되는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시민으로서 법적 지위에 의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 등이 보호되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민으로서 명예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수도가 이전되어 자신의 명예권이 실추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울시민으로서 법적 지위가 침해되거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헌법소송의 실질적 요건인 기본권의 침해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이전은 헌법 제72조에서 정하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다. 그런데도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것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6월 우리 헌법에서 국민투표권을 직접적인 참정권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법이 단순한 절차법이 아니라 실체법적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법규범 자체의 효력이 있다는 주장이므로, 이번 헌법소원이 직접성이 없다거나 현재성이 없다는 주장과 모순된다. 그리고 신행정수도법의 시행에 따른 서울시민의 지위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권이나 국민투표권의 침해가 인정되므로 헌법소원의 실질적 요건인 자기관련성 이외에도 직접성 및 현재성이 충족된다.
이번 헌법소원의 내용이 이유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심리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신행정수도법의 헌법소원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글을 차례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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