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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대기자의 여자는 왜?]<59>질염이 잘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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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대기자의 여자는 왜?]<59>질염이 잘 생길까

입력
2004.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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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음부와 자궁의 연결 통로인 질(膣)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습기가 많고 따뜻한 곳이다. 질 내부에는 많은 젖산균이 살면서, 질 내부를 약산성으로 만들어 병원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하는 것을 억제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균형이 깨어질 때 질 내부에서는 갑자기 분비물이 많아지고 외음부가 붓고 붉게 변하게 된다.질염은 여자의 3분의 2가 일생 중 한번이상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여자에게 흔한 질병이다. 질염은 일부를 제외하곤 여성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하다간 만성 질염으로 진행되는 만큼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 질염 왜 발생하나

질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항생제 복용이나 피임약 복용, 탐폰이나 루프 사용, 과다한 질 세정제 사용 등 다양하다. 당뇨병이 있어도 소변에 당이 배출돼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질염이 잘 생기고 임신이나 출산, 수유, 폐경 등으로 여성 호르몬 균형이 변화하면서 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너무 꽉 조이는 나일론 코르셋이나 거들 착용 역시 곰팡이나 세균 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질염은 세균성 질염이다.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김성훈 교수는 “전체 질염의 40~45%를 차지할 정도”라면서 “젖산균에 의해 유지되던 약산성의 질내 환경이 여러 원인에 의해 파괴되어 평상시에는 적었던 병원균이 많아짐으로써 감염된다”고 말했다. 속옷을 적실 정도로 냉이 많아지며, 냉에서는 특유의 생선 비린내가 난다. 일부 환자는 성교통이나 가려움증 등도 겪게 된다. 김 교수는 “세균성 질염은 1주정도 항생제를 투여하고 질 크림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흔한 질염은 칸디다성 질염(전체 질염의 20~25%)이다. 특히 칸디다성 질염은 하도 재발이 잦아 환자의 절반은 1년에 2회 이상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흰색 혹은 황백색의 걸쭉한 냉이 나오며, 가렵고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김 교수는 “몸에 저항력이 떨어져 있을 때 질 내 환경이 균형을 잃으면서 곰팡이 균이 빠른 속도로 증식하게 된다”면서 “질 세정제나 크림 형태의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로 흔한 질염은 트리코모나스라는 기생충에 의해 생기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전체 질염의 15~20%)이다. 물처럼 다량의 냉이 흐르게 되며, 누런색 혹은 녹황색을 띄기도 한다. 성관계로 전파되는 트리코모나스는 운동성이 좋아 요도와 방광까지 침입, 방광염이나 골반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25%의 환자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성관계 상대자 역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이처럼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에는 자신의 증세를 잘 설명해야 한다.

일부 질염 치료제는 임신 초기에 복용할 경우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있다. 질염 치료를 위해 처방된 크림이나 젤이 일부 여성에게는 오히려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 같은 증세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또 치료 목적이라도 질 세정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교수는 “세정제는 더러운 균뿐 아니라 유익한 젖산균까지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감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전문의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은 약을 먹다 증세가 좋아지면 3~4일 만에 약을 끊는데, 이럴 경우 세균이 완전히 죽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으며 강력한 균만 살아남아 내성을 일으켜 만성 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교수는 “질을 소독한다고 식초나 소금물로 뒷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과학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질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으므로 맹물을 끓여 식힌 후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을 잘 관리해야 하며, 질염 원인이 성관계로 인한 것이라면 반드시 파트너도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 질염의 예방

평소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꽉 끼는 속옷이나 바지, 합성 섬유로 된 속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 김교수는 “통기성이 좋은 면으로 된 속옷을 입는 게 좋다”면서 “곰팡이 균은 축축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변 후에는 직장에서 질로 세균이 옮겨가지 않도록 반드시 앞에서 뒤로 닦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이래야 질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

너무 자극성이 강한 비누, 약용 비누는 질 내 산성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한다. 샤워 후 외음부에 샤워 코롱 등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도 많은데, 역시 질염 예방에는 좋지 않다. 화장실 휴지도 향이나 색이 없는 백색의 휴지를 사용하는 게 좋다.

생리를 할 때는 탐폰과 패드를 자주 교환해 주도록 하고, 성관계 때는 콘돔을 사용하는 게 성병 예방뿐 아니라 질염 예방에도 좋다.

yjsong@hk.co.kr

■ 30~40대 여성/자궁경부염 많이 발생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질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도 만성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의 생식기는 외음부-질-자궁-난소, 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질과 자궁경부는 서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로 30~4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자궁경부염은 급성일 경우엔 통증과 노란색 분비물이 나오며, 만성일 경우엔 분비물 외에 성교 후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질염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한 트리코모나스(기생충의 일종)나 칸디다(효모성 진균)가 자궁경부염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성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임균이나 클라미디아 감염으로 인한 자궁경부염도 있다. 질염이 있는 환자에게 쉽게 동반될 수 있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성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자궁 경부염이 단순한 염증이 아니라 암의 전단계일 수도 있다는 점. 자궁 경부염이 심한 경우 질확대경이라는 기구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데, 이때 자궁경부가 심하게 헐어 순수한 자궁경부염인지, 자궁암 전단계인지 육안으론 쉽게 구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질염이나 자궁 경부염은 증상만으로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있으나, 냉검사와 균배양검사를 통해 정확한 균을 찾아내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역시 치료 목표를 증세 완화보다는 균의 박멸에 두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철저히 따르는 것이 내성균의 발생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김성훈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50~60대 여성/호르몬 감소로 세균에 쉽게 감염 에스트로겐·크림제 투여해 치료

갱년기가 되면 피부가 탄력을 잃듯, 여성의 질도 점점 위축된다. 비뇨생식기의 위축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감소 때문이다. 외음부 피부는 점점 얇아지고 쪼그라들며, 질도 건조해지면서 탄력을 잃게 된다. 질 입구는 늘어나지만 질 내부는 좁아지고 짧아진다.

김성훈 교수는 "위축성 질염 혹은 노인성 질염은 가려움증이 몹시 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자꾸 긁게 돼 출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질점액의 방어작용도 사라져 여러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호르몬 부족에 따른 변화이므로, 에스트로겐 정제나 크림제를 질에 투여하면 대개 증상이 좋아진다. 호르몬 보충 요법을 병용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폐경이 됐다고 누구나 동일하게 위축성 질염을 겪지는 않는다"면서"일부 여성은 폐경후 몇 년 안돼 성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질이 위축되는가 하면 일부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데도 정상적인 성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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