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으로 두 번 기소, 공소시효 지난 뒤 기소, 구속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 청구…. 대검 감찰부가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 대해 벌인 수사사무 감사 결과, 불성실 또는 법 적용 잘못으로 사건을 엉뚱하게 처리한 사례들이 상당수 적발됐다. 이 중에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다 잡은 피의자를 놓친 경우도 있었다. 부당한 긴급체포 남발, 불필요한 인신구속 및 압수수색, 지명수배 해제 늑장처리 등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는 인권을 강조해 온 참여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본보가 입수한 대검 감사결과에 따르면 A검사는 신용카드 부정발급사건에서 2주 전에 자신이 기소한 피의자를 다시 기소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또 B검사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 중인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C검사는 지명수배된 피의자가 지난해 9월3일 경찰에 붙잡혀 10월6일 소재발견 보고까지 받았는데도 교육 등으로 미루다 10월18일에야 수사에 들어갔으나, 이미 2일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였다. D검사는 지난해 4월 주범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석 달간 사건처리를 미루다 피의자가 만기출소한 사실을 열흘이 지나서야 깨닫고 기소중지라는 졸속처분을 내렸다. 또 긴급체포 돼 검사실에서 조사 중인 피의자가 도주한 사례도 1건 있었으나 언론에 쉬쉬하며 넘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준사법기관으로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법리를 오해해 부당한 기소를 한 사례도 많았다. E검사는 주거침입 강간미수는 친고죄가 아닌데도 고소취하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F검사는 1998년 4∼9월 발생한 허위계산서 발행 사건을 처리하면서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해 9월29일보다 3일 늦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 해 놓고도 사건번호나 내사번호조차 입력하지 않고 종결한 사례도 5건이 있었다. 이는 '일단 잡아놓고 보자' 식 수사를 했다가 혐의가 없으면 풀어주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이 중 일부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건으로, 인신구속까지 시도했다가 나중에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한 경우다. 검찰 관계자는 "내사번호는 전산입력이 안 돼 있기 때문에 번호가 누락된 기록에 대해 최종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구속 또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도 신중하지 못했다. 감사기간 동안에만 구속했다가 증거불충분이나 혐의없음 등으로 풀어준 사람이 36명에 달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지난 1년간 55건의 청구가 기각됐고, 영장을 발부받고도 사건번호 등을 입력하지 않아 실제 압수수색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29건이나 됐다.
지명수배 해제를 4일 이상 지연한 사례도 158건이고 이 중 한 달 이상 늦춘 것은 20건이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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