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추경예산 편성에서 부산시가 개최하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관련 지원금 요청을 거부한 것을 두고 '여권이 동진정책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15일 열린 예결위에서 한나라당이 APEC 지원금으로 190억원을 편성하자고 주장했지만, 우리당은 "전형적인 편법 예산 운용"이라며 반대했다. 대신 '차후에 정부가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아 처리했다. 그 동안 당내 영남권 의원들도 지원금 편성을 요청했지만, 정부나 우리당이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 "영남에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 봐야 헛일"이라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DJ 정부 때 동진정책으로 많은 지원을 했는데도 오히려 한나라당의 업적으로 포장됐다"며 "퍼주기식 정책으로 지역감정을 극복 할 수 없고, 타 지역의 반발만 살 뿐"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6·5 재보선 직전 APEC의 부산 개최, 영남발전특위 문제 등이 제주와 호남 등에서 역풍으로 작용,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날 열린 의원 총회에서도 한때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제주 출신 강창일 의원은 "APEC 유치의 전제조건은 국가예산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이제 와서 '배째라'며 수 백억원을 요구하는 데 대해 우리당이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부산 출신의 조경태 의원은 "정부가 동백섬에 제2회의장 건설을 요구해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책임 있는 여당으로 줄 것은 줘야 한다"고 대응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APEC의 개최지 선정 과정에 쌓인 불만이 추후에도 계속 지역감정의 화근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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