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등잔밑 여행-남산 야생화 공원·야외식물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등잔밑 여행-남산 야생화 공원·야외식물원

입력
2004.07.17 00:00
0 0

남산타워를 올라보셨나요? 63빌딩은요? 아니 한강 유람선까지 타보셨다구요? 그럼 십중팔구 당신은 서울 사람이 아니겠군요.서울의 한복판에 우뚝 선 남산. 애국가에서 백두산과 동급으로 등장하는 명산(名山) 남산이 막상 서울 사람들한테선 외면받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너무 높아서, 가기가 힘들어서라면 말이 안되겠죠. 볼거리가 없어서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남산을 꼭 찾게 할만한 아름다운 곳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울창한 숲, 흐드러진 꽃들의 군무, 잘 꾸며진 조경이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데다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아주 여유롭습니다. 솔깃하신가요? 그럼 절 따라오세요.

● 꽃들의 천국 야생화공원

남산의 숨은 보석을 찾아 버스에서 내린 곳은 하얏트 호텔. 호텔 정문앞에 조성된 ‘라틴 아메리카 공원’을 몇 계단 오르면 찻길 너머 남산으로 난 고가가 연결된다.

남산 야외식물원 입구에서 오른쪽 맨발공원(지압보도)을 따라 난 길가에는 보라빛 진한 도라지꽃이 무성하고 드문드문 코스모스도 한두 송이 꽃을 피웠다. 지압보도가 끝나는 작은 고개를 넘으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렇게 예쁜 정원이 숨겨져 있었다니.”싱그러운 녹음에 잠긴 주황빛 원추리꽃 군락이 시선을 붙잡는 이 곳은 ‘야생화 공원’. 예전 남산 외인아파트가 있던 자리다. 남산 제모습살리기의 일환으로 1994년 외인아파트 2개동이 폭파해체(당시 TV로 중계되기도 했다)된 이후 남산 배수지가 들어섰고, 그 배수지 위에 전국에서 186종의 야생화와 98종의 나무를 옮겨 심어 야생화 공원이 만들어졌다. 문을 연 지 이제 2년째다.

예쁘게 쌓아올린 돌탑 3개가 공원 입구에서 장승 노릇을 하고 주위 도라지꽃밭 위로는 잠자리 나비가 편편 날갯짓이다. 자갈을 곱게 깐 길을 몇 걸음 내딛으려 하니 노란애기원추리꽃과 코스모스를 닮은 범부채꽃이 손짓을 한다. 예전 개울가서 흔히 봤던 참나리꽃과 풀섶에 숨어 피던 섬초롱꽃도 활짝 꽃을 피웠다.

습지생태원에는 붉은 핫도그를 매단듯한 부들, 볏잎 같은 줄, 부레옥잠이 연못을 가득 덮었다. 돌길, 황톳길, 자갈길로 된 산책로는 수레, 석등, 나무의자, 돌절구 등 멋진 소품으로 장식됐고 공원 한가운데의 원두막은 산책나온 이웃들의 사랑방이다.

야생화 공원의 윗쪽은 ‘팔도 소나무 동산’. 화합과 번영의 취지로 전국의 소나무 몇 그루씩을 옮겨 놓은 곳이다. 제주서 올라온 소나무는 낮고 단단했고, 경북의 것은 자유자재로 휜 몸뚱이 인상적이다. 정이품송을 닮은 충북의 소나무는 무겁게 가지를 내려뜨렸고 강원의 금강송은 하늘 높이 쭉쭉 뻗었다.

● 수목 총집합 '야외 식물원'

63,000여평의 야생화공원이 아기자기한 ‘가든’이라면 이를 둘러싼 1만8,000여평의 남산 야외식물원은 무성한 숲이다. 외인주택단지를 헐고 97년에 조성된 야외식물원에는 중부지방의 나무와 풀의 모든 종이 옮겨져 있다.

희귀식물원, 유실수원, 약용식물원 등 12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고 운치있는 나무데크의 연못까지 구색을 갖췄다.

전체 산책로를 다 걷는데 아무리 속도를 내도 1시간 이상 걸리고, 오르락 내리락 높낮이도 적절해 운동 겸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주로 한남동, 이태원동, 후암동 등 이웃 주민들이 많이 찾는데, 특히 외국인들이 다양한 개들을 끌고 나와 이 공원에 하루만 있으면 세상의 개 종류는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낮은 울타리가 처진 산책로에 들어서면 ‘여기가 서울의 한복판인가’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서울시 공원녹지사업소 온수진씨는 “봄철 유실수원과 바로 옆 철쭉ㆍ진달래원에 꽃들이 만발할 때면 정말 환상적이다”며 “그 때가 되면 꼭 한번 나들이 나오라”고 당부했다.

점자 설명판이 붙은 시각장애인 식물원에는 허브 생강나무 등 향 짙은 수목과, 부러지면 ‘댕강’ 소리나는 댕강나무 등이 있어 장애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좋은 학습장이다.

야외식물원 입구에 있는 알려주는 남산전시관도 빼놓을 수 없다. 남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곳이다. 옛 외인주택단지 중 유일하게 남은 이 건물의 마당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숍이었다는 건물의 정원은 넓게 깐 잔디밭에 유럽식 흰 대리석 기둥이 늘어서 있고 운치있는 나무 벤치가 조화를 이뤘다. 예전에는 외국인, 유명인사들의 가든 파티장으로 애용됐다고 한다.

하얏트호텔 버스 정류장에는 402번(수서-광화문), 0014번(보광동-종로2가)이 선다.

/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그 밖에 볼거리들

야생화공원 초입에 조성된 맨발공원은 요즘 발맛사지 붐을 타고 큰 인기를 누린다. 호박석 해미석 옥돌 등으로 꾸며진 보도위를 맨발로 걷다보면 짜릿짜릿한 자극에 정신까지 가뿐해진다. 발씻는 세족대까지 만들어놓았다. 맨발공원은 남산도서관 아래 백범광장과 장충단공원 안에도 있다.

남산 북쪽 기슭 필동 일대에는 2만4,000평 규모의 한옥마을이 들어서있다. 박영효 가옥 등 다섯 채의 한옥을 주인들이 사용하던 가구까지 그대로 배치해 선조들의 생활모습을 자연스레 살펴볼 수 있다. 한옥마을 위로는 94년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해 만든 타임캡슐 광장도 있다.

분수대와 실내식물원이 있는 남산도서관 주변은 고전적인 분위기. 도서관 아래 계단에서 70,80년대 연인들처럼 가위바위보 하며 오르며 추억을 만들어보자. 국립극장 옆으로 오르는 유료 남산순환도로는 시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해가 지면 아베크족들이 몰려든다.

케이블카 타는 곳과 숭의여대 근방에는 기사식당식의 푸짐한 돈까스, 설렁탕집이 몰려있고 하얏트호텔 옆 골목에서는 조금은 비싸지만 정통 이탈리안, 스위스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이성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