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중인 '친일재산환수법'은 친일행위로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고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깬다는 반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친일재산환수법은 재산 환수 대상이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일제로부터 훈작을 받거나 을사보호조약, 정미7조약의 체결을 주창한 대신 등 고위공직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당사자들의 재산은 물론 이들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재산을 대상으로 '재산환수위원회'가 조사·심의를 거쳐 친일 활동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것이 판명되면 국가에 귀속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환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대표적 친일파인 송병준의 후손 7명, 이완용의 증손자, 일제시대 남작 작위를 받은 이재극의 손자며느리, 을사오적 이근택의 친형이자 일제시대 남작 작위를 받은 이근호의 손자 등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찾기 소송은 봇물을 이뤄 승소 사례도 많고,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도 있다. 특히 이재극의 손자며느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해 4월 서울 고등법원은 2심 판결에서 "반민족 행위자나 후손의 재산보호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법률 등에 의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실정법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재산환수법이 제정되면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 자체가 사실상 원인무효가 돼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친일재산환수법이 제정되려면 우선 위헌논란을 넘어서야 한다. 당장 이 법이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3조2항과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명시한 헌법 23조1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일제시대는 그 법통을 계승한 시대가 아니며 따라서 매국의 대가로 얻은 친일파의 재산권은 헌법 정신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있다.
소급 입법 시비에 대해선 "친일 재산 보호에 정상적인 사회상태의 법질서 적용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게 우리당 측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친일진상규명법에 반대하고 있는 점에 미루어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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