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눈과 귀는 온통 충남 아산시 탕정면으로 쏠렸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함께 만든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합작사 S-LCD가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TFT―LCD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LCD TV를 포함해 TV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소니의 만남은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소니가 같은 규격을 제작, 사용함으로써 표준화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 주도의 의미는 곧 LCD 패널 및 LCD TV 세계 시장을 선점한다는 이야기다.
양 사는 LCD 패널의 안정적 수요처 확보(삼성전자)와 적기 공급(소니)이라는 개별적 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기술 공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기술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양 사는 TV 시장 선두를 노리면서도 패널과 모듈 제작에서는 손을 잡는 독특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갖게 됐다.
양 사는 일단 7세대 1라인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소니는 LCD 패널의 한국 생산을 계기로 한국에서 LCD TV 생산까지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날 행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S―LCD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창립기념식에 참석, 경영 참여에 나섰음을 대외적으로 알렸기 때문. 재계에서는 이 상무의 삼성그룹 후계자 수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사 등재가 경영능력을 검증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본금 2조1,000억원인 S-LCD는 삼성전자가 지분의 50%+1주, 소니가 50%-1주를 보유하며,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장원기 부사장이 맡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니의 나카자와 케이지가 맡는다. S―LCD는 올해 말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7세대(1870갽2200) LCD 패널을 매달 6만장씩 양산할 예정이며, 생산제품의 절반을 삼성전자와 소니에 각각 공급한다.
/탕정=박천호기자 toto@hk.co.kr
■소니 이데이 회장/"동아시아, 디스플레이 메카로"
"삼성과 소니의 만남으로 동아시아가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15일 S―LCD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S―LCD 출범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데이 회장은 우선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소재의 TV가 나오고 있지만, LCD TV가 확실하게 차세대 디지털 TV의 선두주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합작사를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아시아에서 전자산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소니와 36년의 역사를 지닌 삼성은 전자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들"이라며 "서로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과 소니과 합작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동아시아는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 인도 등은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패널 생산 계획에 대해서는 "도요타가 철강을 직접 만들지 않고 공급 받는 것처럼 소니도 패널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최고의 LCD TV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 소니측은 본사 수뇌부 60여명이 대거 참석, S―LCD에 거는 기대가 각별함을 보여줬다. /탕정=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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