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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틈새시장을 잡아라]<4>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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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틈새시장을 잡아라]<4>실용서

입력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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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요리책' '내 몸을 살리는 요가 30분' '4시간 숙면법'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33' '퇴근 후 10분만에 뚝딱'제목 만으로 사람의 구매욕을 한껏 자극하는 책이 있다. 실용서다. 실용서는 읽어서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 전통적인 '책'과 살림이나 건강에 쓸모 있는 '생활용품'의 경계에 있다. 읽고나서 "독서했다"고 말하기가 뭔가 껄끄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그것을 책이라 부르든 말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실용서를 찾고 있다. '마음의 양식' 까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혀가 호사하며 몸이 가꿔지고 외국어 실력이 높아진다. 몇몇 실용서의 꾸준한 성공에 힘입어 출판계가 이 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용서 시장의 '스타'는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다. 영진닷컴은 백수로 '나물닷컴'이라는 요리 관련사이트를 운영하던 김용환씨를 발굴해 요리에 'ㅇ'도 모르는 사람이 어려움없이 한끼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유도했고, 예상대로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이후 판매부수만 25만부다. 요리책을 비롯해 잘 나가는 실용서들이 대부분 스테디 셀러인 걸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만한 인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교보문고는 베스트셀러를 집계하면서 이 책을 여전히 '여성'으로 분류하지만,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는 사실 이와 정반대의 시각으로 기획해 효과를 본 경우다. 전경숙 마케팅팀장은 "주부만 요리책을 사본다는 생각을 버리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요리의 초보가 어떻게 손쉽게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할 수 있다' 시리즈로, 컴퓨터책 분야에서 초보자를 위한 실용 가이드북 시장을 주도했던 영진닷컴이 그 이미지 그대로 종합출판사로 변신하는 데도 한몫했다. '쉽게 배우기'는 실용서 '대박 비결'중 하나다.

실용서 기획·편집 분야에서 제법 알아주는 김민기 두앤비컨텐츠 대표는 ■폭 넓은 것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주제 ■깊은 정보 ■좋은 제목 등을 실용서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책 번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실용서 출판이 최근 3,4년 사이 양이나 질에서 상당한 정도로 성장했다"며 "다양성은 아직 일본만 못하지만, 깊이 면에서는 더 나은 책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용서를 내기 위해 인터넷 콘텐츠에 주목하지만, 대개 내용을 환골탈태라고 할 정도로 재가공해야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역시 관건은 시장을 읽어내는 기획력이라는 얘기다. 좋은 제목이 되는 98%의 조건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목적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실용서는 말 그대로 '생활에 쓰인다'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든 제목이 유난히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건강과 돈이라는 두 가지 코드가 경기와 상관없이 매우 장기적인 관심사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크게 이런 주제 안에서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책들을 기획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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