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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돌의 집회/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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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돌의 집회/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입력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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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집회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ㆍ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1만원

추리문학에 관한 한 프랑스 대중문화계는 앵글로색슨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한 듯 보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넘지 못한 스티븐 킹과 존 그리샴의 아성을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영화 ‘크림슨 리버’의 원작자로 먼저 소개된 그의 소설 ‘돌의 집회’가 번역돼 나왔다.

소르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랑제는 대중추리소설 작가다. 베르베르의 번역자 이세옥씨가 프랑스 현지에서 그를 인터뷰해 문학동네가 계간지 가을호에 소개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고답적이기까지 한 정통 문학계간지가 상업성의 혐의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대중작가를 소개하려는 것이니, 일단은 예사롭지 않다.

그랑제의 첫 소설은 ‘황새의 비행’이라는 제목으로 1994년에 나왔다. ‘황새…’는 추리소설이지만 그의 문장력과 문학성에 근거해 순문학으로 소개됐고, 평단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기껏 8,000부가 나가는 데 그쳤다.

이후 그는 ‘크림슨 리버’ ‘늑대의 제국’ 등을 들고 본격 추리의 전장으로 뛰어들어 유럽시장에서 히긴스 클라크, 스티븐 킹 등을 압도했다.

단련된 문장력과 다년간에 걸친 현장경험이 녹아 있는 그의 책들은 추리문학이면서 역사, 과학, 심리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지식소설적 성격도 강해 르 피가로는 ‘그의 책(돌의 집회)은 분류가 불가능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돌의 집회’는 2000년 출간한 그의 세 번째 작품.

주인공 디안은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해 남성과의 신체접촉을 기피하는 여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격투기를 익히고, 오지를 누비며 야수 생태를 연구하는 전문직 여성으로 성장한다. 스토리는 그가 태국까지 날아가 ‘어깨가 너무 가냘퍼 바람이라도 불지 않으면 티셔츠 무게조차 지탱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를 입양하면서 급물살을 탄다.

그 전조를 작가는 드골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 빗대 ‘활주로와 마찰해 뜨겁게 달궈지는 것은 바퀴의 타이어가 아니라, 이제 현실에 닿아 마찰하는 그녀 자신의 꿈’이라고 묘사했다. 아이의 비밀은 잇단 살인으로 이어지고, 샤먼적 능력을 지닌 몽골의 한 부족이 얽혀 들면서 초능력을 둘러싼 중층적이고 필연적인 음모들이 난무한다.

작가는 이데올로기와 같은 거대담론을 둘러싼 국가간 대결 같은 추리대작 일반의 스케일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롭다. 그의 책에는 인간심리 내부의 우월적 열망과 소시민적 가치간의 갈등이 담겨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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