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5일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해 병역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최모(2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관 11대 1의 다수의견으로 상고를 기각,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선고는 1969년 대법원의 유죄판결 이후 35년간 유지돼 온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이에 따라 지난 5월 서울남부지법의 무죄 선고 이후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사회적 논란이 빚어졌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일단락됐으며, 현재 1,2심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도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모두 유죄가 선고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 전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이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유를 제한한다 해도 이는 헌법이 허용한 정당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방의 의무는 국가존립을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해 예측 불가능한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이는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병역법이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형벌규정만을 둔 것은 입법자의 재량권에 해당하며, 종교적인 차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강국 대법관은 "헌법이 규정한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가 충돌할 경우 국가의 형벌권이 양보해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더 존중되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 등을 통해) 국가가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피고인에게 물어선 안 된다"고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중 유지담 대법관 등 4명은 보충의견을 통해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그것이) 국가의 헌법적 의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2001년 11월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 영장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군에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모두 1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지난 4월 상고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