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4일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학교발전기금을 폐지키로 하자 학부모와 교육관련 단체들은 대부분 환영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학교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발전기금에 의존해온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자동네 학교들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불충분한 현실에서 발전기금 조성을 금지할 경우 교육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요구해온 발전기금 폐지방안이 받아들여져 매우 기쁘다"면서 "일부에선 촌지 등 음성적인 돈 거래가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이 자원봉사 등을 통해 건강하게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과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설문조사에서도 가정주부의 79%는 '학교발전기금제도가 교육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응답했으며, 58%가 폐지에 찬성했다. 현행 제도의 유지를 희망한 학부모는 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는 기금 조성 규모에 따라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또 서울 시내에서도 강북과 강남의 조성금액이 많게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002년 서울 S고는 서울시교육청 지원예산의 3배에 가까운 6억2,000만원을 모금한 반면, 전북 전주시 고교 중 모금액 1위인 J고는 4,000만원에 불과했다. 농어촌과 중소도시 등 모금실적이 전무한 곳도 38%나 됐다.
서울 성북구 S고 교장은 "강북의 서민층 밀집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발전기금을 걷고 싶어도 모금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 지원예산으로도 학교 운영에 큰 지장이 없었다"며 "지역별 교육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온 발전기금을 폐지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D초등학교 교장은 "불법 찬조금 논란 때문에 이 제도를 없애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교장도 "교육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학부모의 지원이 끊기면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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