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화폐의 액면 체계는 국민들의 화폐 사용 습관이나 거래의 편의, 다른 지급결제수단과의 관계 등이 감안돼 결정된다. 전세계적으로 화폐 액면의 기본수 체계로 ‘1, 5 체계’ , ‘1, 2, 5 체계’ , 혹은 이들을 혼합한 체계가 널리 사용된다.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등의 액면을 갖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권 액면 숫자의 첫 자리에 ‘1’과 ‘5’가 반복되므로 ‘1, 5 체계’다. 1, 2, 5, 10, 20, 50, 100달러 등의 액면을 갖춘 미국의 경우 은행권 액면 숫자의 첫자리에 ‘1’ ‘2’ ‘5’가 반복되므로 ‘1, 2, 5 체계’이다.
1950년 이후 한국은행이 발행한 우리나라 은행권은 예외 없이 액면이 ‘1’ 또는 ‘5’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가 액면이 1, 5 이외에 ‘2’로 시작하는 은행권도 채택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부터 2,000엔권을 도입하면서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2’ 단위 액면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현재 은행권 액면이 3종류인 우리나라도 1970년대 초반 1만원권, 5,000원권 및 1,000원권을 새로 도입할 때에는 은행권의 액면 종류가 5개(500원권 및 100원권 포함)였다. 하지만 이후 경제 규모가 팽창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6월말 현재 화폐 발행 잔액 중에서 1만원권이 92%를 차지, 최고액권이 가장 널리 쓰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은행권 중 가장 액면이 큰 것은 터키의 2,000만리라이며, 가장 작은 것은 영국의 50파운드다. 영국 최고액권 액면 숫자는 터키 최고액권 액면 숫자의 4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영국 최고액권 가치가 터키 최고액권 가치보다 7배 정도 높다. 한편 OECD 회원국의 최고액권 은행권을 미 달러화로 환산해 보면, 스위스 1,000프랑권이 미화 790달러(91만원) 내외로 가장 가치가 크며, 다음으로 유럽연합의 500유로권이 미화 600달러(70만원) 내외의 가치를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최고액권인 1만원권은 미화 8.7달러 내외에 불과해 OECD 회원국 최고액권 중에서 가장 가치가 낮다.
/나승근 한국은행 발권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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