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13일 밤 방송한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은 전체 구성상 일각에서 우려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편향성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이다. 방송 전 제작진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문을 보냈던 대법원도 14일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담겼다.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거나, 담당 재판부가 이 방송으로 재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PD수첩'은 송두율씨 사건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과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남북교류 협력법이 상충하는 모순된 상황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는 데 주목하고, 송 교수가 지난해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37년 만에 입국한 후 이어진 국가정보원과 검찰 조사, 송씨의 해명 및 반성 기자회견 과정, 정치권의 '기획 입국' 공방, 그리고 재판의 쟁점을 돌아봤다.
'PD수첩'은 김용갑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과 제성호 중앙대 교수 등 보수쪽 인사와 송호창 변호사, 최병모 전 민변 회장 등 진보쪽 인사의 목소리를 비교적 균형있게 다뤘다. 초점은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인지에 관한 공방에 맞춰졌다. 제작진은 검찰측 주장과 변호인 반박, 법원의 판단을 고루 소개했으나 실제 그를 '김철수'로 단정할만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보법의 가장 큰 논란거리인 '자의적 해석'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우리사회의 이념갈등을 폭발시킨 송씨 사건은 그의 잘못된 처신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실정법 위반여부 및 그 정도에 대한 판단이 마구 뒤섞여 냉정한 법리논쟁을 어렵게 했다. 'PD수첩'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이 사건과 국보법 문제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짚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은 양적 균형은 맞췄을지 몰라도, 스스로 강조한 냉정함을 견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자초했다. 송씨 측 주장을 그의 아내 입을 빌어 '감정적'으로 전달하는가 하면, 정형근 의원의 기자회견 장면에서 "(송씨가 김일성 장례식에서 울고 있는) 이런 사진 하나 (언론에)주면 괜찮지" 하는, 사안의 본질과 관련없는 발언을 넣어 당사자를 희화한 것 등이 그 예다.
마무리 멘트도 적절치 못했다. 진행자인 송일준 책임PD는 "정신분열적인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국회에 기대가 쏠린다"고 말했다. 방송된 인터뷰에서 인용한 '정신분열적'이란 북한을 이럴 땐 국가로, 저럴 땐 반국가단체로 보는 모순된 상황을 빗댄 말이지만, 별 설명없이 인용해 마치 송씨의 죄를 묻는 것 자체를 '정신분열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듯한 오해를 샀다.
방송시기도 역시 문제였다. 국보법 개폐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다음에는, 대법원의 지적처럼 굳이 항소심 선거공판(21일)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방송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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