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를 비롯한 동·남 유럽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찜통 날씨인데, 독일 등 서유럽에서는 때 아닌 눈이 내렸다. 지난해 폭염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유럽이 올 여름에는 지역에 따라 폭염과 이상저온, 폭풍우와 눈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외신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마케도니아에서는 지난 주부터 폭염이 이어져 14일까지 최소한 33명이 심장발작 등으로 숨졌다. 루마니아에서는 지난 주말 우박을 동반한 폭풍과 엄청난 광풍까지 몰아쳐 4명이 벼락에 맞아 사망했다.
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둔 남유럽 그리스 당국은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자 호흡기 환자 등 노약자에게 직사광선을 피해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12일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발생, 100여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각종 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반면, 위도 상으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은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10도 대의 늦가을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독일 바이에른 지역과 이탈리아쪽 알프스 산악지역에는 지난 주말 때아닌 눈이 내렸고, 독일의 최고봉 추크스피체 산에는 10일 이후 수은주가 영한 6도까지 곤두박질 친 가운데 2m의 눈이 쌓였다.
때문에 독일의 술집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나 등장하는 뜨거운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폭염의 여파로 1만5,000여명이 숨진 프랑스에서는 차가운 비와 함께 저온현상이 이어져 벌써부터 흉작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지난 주 폭풍우가 엄습, 홍수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원형극장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새 버전을 선보이는 개막무대가 시작 7분 만에 폭풍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유럽의 이상기후에 대해 기상청 박정규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의 심화에 따른 현상일 수도 있으나, 거대한 고기압이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는 저지고기압(Blocking)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고기압이 북극의 찬 공기를 끌어들여 반대편 지역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는 12일 겨울철 폭풍이 몰아 닥쳐 8명이 숨지고 수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상하이(上海) 등 중국 연안지역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폭염으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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