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메라!(Good morning)” “야사쓰!(How are you)”아테네 시민들은 참 느긋하면서도 친절하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동양인 취재진에게도 스스럼없이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이 작은 배려가 에게해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과 함께 섭씨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7월의 무더위를 식혀준다.
지난 2월에 이어 올림픽 개막 한 달 앞두고 다시 찾은 아테네는 외견상 조용하고 차분했다. 공항에서 아테네 주경기장을 잇는 왕복 6차선의 아티키 도로에는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입간판이나, 환영 플래카드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5개월전과는 많은 차이가 감지됐다. 뼈대만 올라가 있던 경기장들은 지붕까지 얹어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거대한 공사장 같던 아테네 시내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곳곳에서 가로수를 심는 막바지 정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져 있었다. 올 초만 해도 “이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리스의 참모습을 이번 기회에 전세계에 보여주자”는 의식이 번지고 있었다.
그리스가 이달 초 유로 2004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축구열기가 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 40%에 불과하던 올림픽 개최 지지 여론이 최근 85%로 올라갔다고 한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시내 신타그마 광장과 플라카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도 108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림픽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지어로우’(gyroㆍ소고기를 마늘로 양념, 빵에 얹어먹는 그리스식 샌드위치)를 파는 바젤리스 콘스탄티네는 “이번 올림픽은 잘 준비된 올림픽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그리스식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장 준비상황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의 협조를 받아 헬기를 타고 600피트(약 1,900m) 상공에서 내려다본 경기장들은 거의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메인스타디움(수용인원 5만5,000명)은 의자 설치 등이 끝나지 않아 개막식 전날인 8월12일에야 최종 완공될 예정이고, 사이클 등 몇몇 경기장들의 개ㆍ보수 작업도 대회 직전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조직위 관계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공사가 개막전에는 완료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교통 및 숙박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아테네시는 대부분의 도로가 2차선이어서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시 당국은 기존의 버스와 전철 노선 외에 ‘트램’이라는 소형 전철을 새로 만들어 12일부터 시운전에 들어갔다. 올림픽 기간동안에는 도로 1차선을 ‘올림픽레인’으로 지정ㆍ운행하고, 승용차 홀짝제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체증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설 호텔이 거의 없는 숙박시설 또한 이미 예약이 끝났고 민박 구하기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더욱이 각 호텔 노동조합이 올림픽 보너스를 요구하며 대회기간 파업을 경고하고 나서 숙박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테러 등 보안대책
시 당국은 이미 경기장 등 주요시설에 대해 지난달 26일부터 일반인은 물론 언론의 접근도 불허했다. 또 대회 기간 미국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지원을 받아 7만명의 경찰력을 투입하고 선수촌에는 2만명을 집중 배치, 24시간 철통경비를 펼 계획이다.
현지 한국대사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아테네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그리스내 연락처 등을 대사관 홈페이지(www.Mofat.go.kr)에 등록토록 하는 ‘사전 전자등록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올림픽 경기를 지구촌에 전할 메인프레스센터(MPC)도 13일 오픈, 세계 각국 취재진을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체육회는 국내 취재진의 편의를 위해 MPC옆에 120여평 규모의 코리아하우스를 별도로 준비했다.
아테네에 파견 근무중인 대한 체육회 김성철 팀장(45)은 “그동안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7개월간 지켜본 결과 아테네올림픽은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피레우스의 항 및 선상 호텔들, 고대 유적들로 가득한 아테네 하늘에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릴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테네=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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